[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연계 반관영 매체인 타스님·파르스 통신 등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의회 국가안보위원회가 미국·이스라엘 선박의 통과 금지와 제재 동참국 선박의 접근 제한, 보안 강화 등을 담은 호르무즈 관리·통제 계획안을 승인한 데 이어, 이번에는 건설·도시 인프라를 담당하는 의회 민사위원회가 마련한 통행료 부과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이달 초부터 혁명수비대가 사실상 운영해 온 통행료 징수·통과 심사 체계를 국내법으로 정식화했다.
법안을 주도한 민사위원회의 무함마드레자 레자에이 쿠치 위원장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통제·감독권을 법적으로 명문화하는 동시에, 통행료 징수를 통해 새로운 재원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은 여느 통로와 다를 바 없다"라며 "우리가 그 안전을 보장하는 만큼 선박과 유조선이 통행료를 내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혁명수비대는 이달 중순부터 이란 연안 케슘섬과 라라크섬 사이 특정 구역을 통제하며, 통과를 원하는 선박에 국제해사기구(IMO) 번호, 선적 화물, 선주·선원 신원, 기항지 등 상세 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통행 허가 코드와 호위를 제공하는 대가로 통행료를 징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일부 선박이 항차당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를 지불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타스님에 따르면 이란 측은 전쟁 전 기준 하루 약 140척의 선박에 항차당 200만 달러를 부과할 경우 연간 통행 수입이 1,000억 달러(약 152조 원)를 넘어설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는 이란 국내총생산(GDP)의 20∼25%에 해당하는 규모다. 해협 봉쇄와 우회 항로 선택이 겹치면서 현재 호르무즈 해협 양측에는 약 2,000척의 선박이 정박한 채 대기 중인 것으로 해사 정보업체 윈드워드 등은 파악하고 있다.
걸프협력회의(GCC)와 국제법 전문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처럼 인공 수로는 연안국이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호르무즈는 '자연 국제 해협'이어서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상 통과 선박에 대한 차별·저지·통행료 부과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이란은 1982년 UNCLOS에 서명만 하고 비준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협약상 통항 통과 체제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제해협에서 연안국이 통행료를 징수할 국제법적 근거는 없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4월 6일을 사실상 종전 시한으로 못 박은 가운데, 이란이 꺼내 든 이번 '통행료 법제화' 카드는 협상 지렛대를 넘어 미국이 내세운 '하르그섬 점령' 명분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또 다른 긴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