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군사 작전의 조기 종료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크게 흔들렸다. 뉴욕 증시 개장 전 미 주가지수 선물은 오르고 국제유가는 급등분을 반납하는 등 전통 자산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가운데, 비트코인은 6만5000달러선 초반까지 밀렸다가 일시 6만7000달러대로 반등하며 상대적인 안정성을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전쟁 종식 기대가 위험자산 전반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시각과, 미국이 물러난 뒤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과 금리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31일 오후 7시 40분 기준 비트코인(BTC) 가격은 6만6241달러에 거래되며 24시간 기준 1.78% 하락하고 있다. 이는 전쟁이 2월 말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6만5200달러 아래까지 밀렸던 낙폭을 다소 만회한 것이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ETH)은 2000달러선을 지킨 채 202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전에 비해 1.70% 내린 수준이다. 솔라나(SOL), XRP, 도지(DOGE) 등 주요 알트코인도 일제히 내림세다.

위험 자산을 중심으로 급락하던 시장 분위기를 바꾼 것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였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이 대부분 폐쇄된 상태로 남더라도 미국의 대이란 군사 작전을 끝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측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군사적 시도가 당초 예상했던 4~6주보다 분쟁을 더 장기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도 직후 S&P500 선물은 0.8% 상승했고, 위험자산 전반에도 일시적으로 안도감이 번졌다.
다만 유가 변동성은 여전히 컸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장중 이란이 두바이에서 쿠웨이트 원유 운반선을 공격했다는 소식에 배럴당 107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상승폭을 반납하며 104달러 부근에서 거래됐다. 전쟁 장기화와 해협 봉쇄 우려가 남아 있는 만큼 에너지 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 금융시장은 이미 적잖은 타격을 입은 상태다. S&P500 지수는 2022년 이후 가장 긴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이고,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2008년 10월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월간 성적을 향해 가고 있다. 미 국채 가격은 오르고 달러는 주요 10개국(G10)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이는 등 자산별 흐름도 크게 엇갈렸다. 이런 국면에서 암호화폐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버티는 모습이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조3200억달러 수준으로 지난주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지만, 같은 기간 나스닥100 지수는 약 5% 하락했다.
비트코인의 박스권 방어력도 주목된다. 비트코인은 이번 전쟁 국면 내내 대체로 6만5000달러에서 7만3000달러 사이에서 움직였다. 중동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매도 압력이 커졌지만, 주식시장처럼 뚜렷한 하락 추세로 무너지지는 않았다. Fx프로의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 알렉스 쿠프치케비치는 "암호화폐는 조정을 받았지만 주식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 전체가 여전히 50일 및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에 머물러 있지만, 2월 초 이후 저점 부근에서는 매수 지지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는 급락 이후 횡보 안정화 양상을 보이는 반면, 주식은 하락 추세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간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이 이번 이란 위기를 금과 은보다 더 잘 버티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이 실제 전쟁 국면에서도 이례적인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박스권을 유지하는 비트코인의 흐름은 더욱 눈에 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이 흔들리는 동안, 본래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으로 여겨졌던 비트코인이 오히려 범위를 지켜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의 시선은 4월로 향하고 있다. 핵심은 트럼프의 '전쟁 종료 의향'이 실제 출구 전략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휴전이나 군사작전 축소가 현실화하면 비트코인을 박스권에 묶어둔 가장 큰 변수였던 전쟁 헤드라인 리스크는 한층 약해질 수 있다. 반면 미국이 물러난 뒤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된다면 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다시 자극해 시장이 기다려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전날 비트코인이 6만5200달러 아래로 급락한 뒤 곧바로 6만7000달러선을 회복한 흐름을 단순한 기술적 반등 이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손절 매물을 털어낸 뒤 실수요 매수세가 유입된 흔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수요가 4월에도 이어질지는 전쟁이 실제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 아니면 또 다른 돌발 헤드라인만 추가될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