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이지만 과천관가에서 관운(官運)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돌았다. 관운으로 치면 나웅배 전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최고라는 것이다. 나씨는 핵심경제부처인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모두 역임했으니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 어렵다는 고시에 합격하고도 장관 문턱을 넘어서는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든게 사실이고 보면 나씨의 관운은 관가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장관 이전에는 교수를 지냈고 여기에 국회의원까지 역임했으니 나씨는 하늘이 내린 행운아로 봐도 무방하다.
나씨가 3개 핵심경제부처 수장을 지낸 1980년대는 관치(官治)경제 시대에 해당한다. 당시는 기업과 금융기관 등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게 시대이었다. 속된 표현으로 공무원의 끝발이 잘 먹히던 시기이었다. 중앙부처 과장급만 되어도 산하기관장이 꼼짝 못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쯤 되면 1980년대 장관의 힘은 지금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대단했다. 그럼에도 나씨의 행적은 별다른 흠결을 남기지 않았다. 처신과 자기관리에도 뛰어난 능력은 보인 게 나씨이다.
당시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부는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3두마차였다. 각각의 부처는 경제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어느 부처가 더 힘이 있는지 가늠하기는 힘들었다. 3개 부처 수장을 지낸 나씨만이 어느 부처의 힘이 센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인물로 꼽을 수 있다.
실제로 나씨는 한 사석에서 3개 부처의 장관을 역임한 소회를 이렇게 밝혀 화제가 됐다. ‘경제기획원 장관은 명예롭고(honorable), 재무부 장관은 힘이 있고 (powerfull), 상공부 장관은 호화롭다(favourable)'고 촌평했다. 깔끔했던 처신에 걸맞는 촌철살인의 평가다.
관천 관가에서는 나씨의 화려한 경력은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여겼다. 우선 능력과 처신을 겸비해야 하고 특수한 정치환경이 맞아 떨어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능력과 처신을 갖춘 인물은 출현할 수 있어도 1980년대식의 통치방식은 종식된 만큼 나씨에 버금가는 전력자가 나올 수 없다고 믿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느 분야이든지 기록은 깨지게 마련이다. 나씨의 화려한 경력도 마찬가지로 깨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승수 국무총리이다. 한 총리는 교수로 출발해 국회의원에 상공부 장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재정경제부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합친 경제부처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장관을 함께 역임한 셈이다. 나 씨와 버금가는 경력이다.
한 총리는 시대적 상황이 녹녹하지 않았음에도 나씨의 전력보다 훨씬 화려한 길을 걸었다. 대통령 비서실장, 외교관의 꿈인 주미대사와 외교통상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에는 유엔총회 의장을 지냈다. 현재는 대통령 한 사람을 빼고는 최고의 자리인 국무총리이다. 아마도 정말 깨지지 않을 임명직으로는 최고의 전력이다. 한 총리는 이처럼 출세가도(?)를 달린 까닭에 그에 선대 묘와 생가는 풍수연구가들의 필수적인 답사코스가 되었다.
최고의 관운을 타고난 한 총리가 29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한 총리는 국정 2인자의 무거운 책임을 맡았다. 그에 화려한 경력과 능력이 국정현안을 슬기롭게 풀어낼 수 있는 적임자로 낙점되었다고 생각된다.
한 총리는 지난 한달 동안 재래시장과 중소기업을 방문해 민생경제와 소외계층의 실상을 살폈고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통해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등 비교적 조용한 행보로 일관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의 정부 시스템 재구축에 주력하는 한편 국정현안인 자원확보, 사회갈등해소와 위험관리방안 등을 세웠다. 정부 내에 물가안정과 성장을 놓고 약간의 불협화음이 일어났을때는 ‘단기 물가, 장기 성장’으로 정리해 엇박자를 잠재웠다. ‘국정의 조력자’ 역할을 소리나지 않게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 총리는 아직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한달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한 ‘워밍 업’단계였다고 볼 수 있다. 그에 역량을 보여주는 첫 활동은 오는 5월이다. 한 총리는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4개국을 순회방문해 자원외교를 벌인다. 유엔총회 의장, 상공부 장관 등의 경험을 살린 역량을 보여 줄 좋은 기회인 것이다.
한 총리에 대한 국민과 이명박 대통령의 기대는 경제살리기의 현안과제 해소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원유값에 원자재값, 곡물값 급등으로 물가는 오르지만 성장은 더딘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심하게 받고 있는 상황이다. 취임한지 불과 한 달인데도 새 정부와 총리를 평가하기 위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도 살기가 힘든 탓이다. 한 총리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한 총리가 국정의 2인자로서 어떤 능력을 보여 주는냐는 총리로서의 평가는 뿐 만 아니라 화려한 경력에 대한 재평가의 잣대가 될 것이다.
[김남인 편집인]
그 어렵다는 고시에 합격하고도 장관 문턱을 넘어서는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든게 사실이고 보면 나씨의 관운은 관가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장관 이전에는 교수를 지냈고 여기에 국회의원까지 역임했으니 나씨는 하늘이 내린 행운아로 봐도 무방하다.
나씨가 3개 핵심경제부처 수장을 지낸 1980년대는 관치(官治)경제 시대에 해당한다. 당시는 기업과 금융기관 등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게 시대이었다. 속된 표현으로 공무원의 끝발이 잘 먹히던 시기이었다. 중앙부처 과장급만 되어도 산하기관장이 꼼짝 못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쯤 되면 1980년대 장관의 힘은 지금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대단했다. 그럼에도 나씨의 행적은 별다른 흠결을 남기지 않았다. 처신과 자기관리에도 뛰어난 능력은 보인 게 나씨이다.
당시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부는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3두마차였다. 각각의 부처는 경제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어느 부처가 더 힘이 있는지 가늠하기는 힘들었다. 3개 부처 수장을 지낸 나씨만이 어느 부처의 힘이 센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인물로 꼽을 수 있다.
실제로 나씨는 한 사석에서 3개 부처의 장관을 역임한 소회를 이렇게 밝혀 화제가 됐다. ‘경제기획원 장관은 명예롭고(honorable), 재무부 장관은 힘이 있고 (powerfull), 상공부 장관은 호화롭다(favourable)'고 촌평했다. 깔끔했던 처신에 걸맞는 촌철살인의 평가다.
관천 관가에서는 나씨의 화려한 경력은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여겼다. 우선 능력과 처신을 겸비해야 하고 특수한 정치환경이 맞아 떨어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능력과 처신을 갖춘 인물은 출현할 수 있어도 1980년대식의 통치방식은 종식된 만큼 나씨에 버금가는 전력자가 나올 수 없다고 믿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느 분야이든지 기록은 깨지게 마련이다. 나씨의 화려한 경력도 마찬가지로 깨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승수 국무총리이다. 한 총리는 교수로 출발해 국회의원에 상공부 장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재정경제부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합친 경제부처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장관을 함께 역임한 셈이다. 나 씨와 버금가는 경력이다.
한 총리는 시대적 상황이 녹녹하지 않았음에도 나씨의 전력보다 훨씬 화려한 길을 걸었다. 대통령 비서실장, 외교관의 꿈인 주미대사와 외교통상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에는 유엔총회 의장을 지냈다. 현재는 대통령 한 사람을 빼고는 최고의 자리인 국무총리이다. 아마도 정말 깨지지 않을 임명직으로는 최고의 전력이다. 한 총리는 이처럼 출세가도(?)를 달린 까닭에 그에 선대 묘와 생가는 풍수연구가들의 필수적인 답사코스가 되었다.
최고의 관운을 타고난 한 총리가 29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한 총리는 국정 2인자의 무거운 책임을 맡았다. 그에 화려한 경력과 능력이 국정현안을 슬기롭게 풀어낼 수 있는 적임자로 낙점되었다고 생각된다.
한 총리는 지난 한달 동안 재래시장과 중소기업을 방문해 민생경제와 소외계층의 실상을 살폈고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통해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등 비교적 조용한 행보로 일관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의 정부 시스템 재구축에 주력하는 한편 국정현안인 자원확보, 사회갈등해소와 위험관리방안 등을 세웠다. 정부 내에 물가안정과 성장을 놓고 약간의 불협화음이 일어났을때는 ‘단기 물가, 장기 성장’으로 정리해 엇박자를 잠재웠다. ‘국정의 조력자’ 역할을 소리나지 않게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 총리는 아직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한달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한 ‘워밍 업’단계였다고 볼 수 있다. 그에 역량을 보여주는 첫 활동은 오는 5월이다. 한 총리는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4개국을 순회방문해 자원외교를 벌인다. 유엔총회 의장, 상공부 장관 등의 경험을 살린 역량을 보여 줄 좋은 기회인 것이다.
한 총리에 대한 국민과 이명박 대통령의 기대는 경제살리기의 현안과제 해소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원유값에 원자재값, 곡물값 급등으로 물가는 오르지만 성장은 더딘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심하게 받고 있는 상황이다. 취임한지 불과 한 달인데도 새 정부와 총리를 평가하기 위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도 살기가 힘든 탓이다. 한 총리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한 총리가 국정의 2인자로서 어떤 능력을 보여 주는냐는 총리로서의 평가는 뿐 만 아니라 화려한 경력에 대한 재평가의 잣대가 될 것이다.
[김남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