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기온이 30도를 넘는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모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토대장정에서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5명이 쓰러졌다. 그만큼 더위가 살인적이라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는 곳마다 에어컨 없으면 생활하기가 힘들 정도다. 이같이 냉방기 사용이 증가하다보면 ‘여름철 불청객’인 ‘냉방병’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냉방병은 아직 의학적으로 뚜렷하게 정의돼 사용하는 병명은 아니다. 실내와 외부의 온도차이가 5∼8도 이상 지속되는 환경에서 생활할 경우 흔히 발생하는 두통, 피로 및 무력감, 집중력 장애 등을 유발하는 냉방증후군을 말한다. 삼성의료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의 도움말로 냉방병에 대해 알아본다.

◇원인=우리 몸은 외부의 온도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로 인해 기온이 올라가면 체온조절을 관장하는 중추는 시상하부라는 뇌의 한 부분으로 체온이 올라가면 혈관을 팽창시켜 열을 발산케 하고, 땀을 흘리게 해서 체온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와 실외의 출입이 반복되는 경우 체온조절 능력에 이상이 발생해 몸의 안정이 깨지고 이로 인해 두통, 무력감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발현된다. 이같은 현상을 나타내는 가장 큰 원인은 환기의 부족으로 건물내에 유해물질이 축적되면서 증상을 야기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에어컨은 습기제거의 효과가 커 공기를 건조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호흡기의 기능이 저하되어 감기와 같은 호흡기계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그만큼 높여준다.

◇증상=냉방병은 증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 겨울에는 걸릴 것 같은 감기가 더위가 계속됨에도 자주 걸리고 한 번 걸렸다하면 잘 낫지 않는다. 이로 인해 늘 목이 답답하고 가래가 낀 것 같다고 호소한다. 또 쉽게 피로해지고 두통과 함께 어깨, 팔다리가 무겁고 허리가 아픈가 하면 몸에 한기를 느끼기도 한다.

이와 함께 소화불량과 하복부 불쾌감,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여성들은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생리통이 심해지기도 한다. 특히 심폐기능 이상자, 노인, 허약자, 당뇨병 환자 등은 더 고생을 하게 된다.

◇치료=이 병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냉방기구 사용을 중단하면 며칠 이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따라서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냉방기구를 끄고 충분히 환기시킨 다음 휴식
을 취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이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거나 심호흡, 산책 등 땀이 나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운동으로 체온을 높여주거나 마사지, 찜질 등으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방법=가장 중요한 것으로 실내 기온을 25∼28도 범위에서 바깥온도와 5도 차이를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아기의 경우 아직 중추신경계의 미 발달로 체온조절을 잘 못해 급격한 온도변화에 견디지 못한다. 또 찬바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하며,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고 틈틈히 바깥바람을 쐬도록 하며, 병원이나 백화점, 은행 등 하루종일 에어컨을 가동하는 실내에서는 주로 근무하는 사람들은 얇은 긴 옷을 한벌 더 준비해서 체온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도 지혜이다.

어린이가 있는 경우 특히 주의할 점은 에어컨만 가동하면 차가운 공기가 바닥으로만 내려가게 돼 키가 큰 어른들은 덮게 느껴지지만 지면과 가까운 아이들은 더 차가운 온도에 있게 된다. 이때는 에어컨과 동시에 선풍기를 위로 향하게 가동, 차가운 공기가 순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에어컨을 가동시킨 실내 공기중에는 질소산화물, 아황산가스, 칸화수소, 분진과 같은 호흡기 자극성 물질과 석면, 라돈 등의 발암성 물질 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강제 환기시설이 없는 경우는 2시간에 한번씩 약 10여분간의 환기가 필수적이다.

이와함께 에어컨 필터의 정기적인 청소와 대형 건물의 경우 냉각수의 청결상태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어컨 가동시에는 젖은 수건으로 적정한 습도를 유지하며 창문을 약간 열어 놓거나 침실에 수분 방출이 많은 벤자민과 같은 고무나무 화분을 갖다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순용 건강전문 기자 mdlees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