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외국인의 매수세가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미국의 경기부양 스탠스가 확인된 후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물밀듯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특히 펀더멘털과 재정 리스크에서 우위를 보이고, 중국의 성장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아시아가 부상하고 있는 것.
또한 미국과 중국의 환율 갈등이 고조되며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는 것도 외국인의 매수를 부추기는 상황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들어 이날까지 13조 6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지난 한해 30조 3774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올해도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이어가는 것.
이같은 외국인 매수의 힘은 코스피지수를 이날 1900선으로 이끌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1902까지 상승폭을 확대했다.
올들어 외국인의 매수를 월별로 따져보면 3월과 4월 각각 5조 3280억원, 5조 1605억원을 순매수하며 2개월간 10조원대를 쓸어담았다. 이후 6월에 6조 2496억원을 순매도하며 깊은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난달 4조 2990억원, 이달들어 1조 4000억원 등 9~10월에 5조 7000억원을 사들였다. 2번째 폭풍이 들이치는 것.
매수 규모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지역도 다양화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국 자금은 꾸준히 국내 주식을 사들여 지난달말 기준으로 9조 5456억원, 전체 순매수의 78.4%를 차지했다. 영국은 순매도에서 지난달 순매수로 전환, 38조 12억원으로 11.3%였다. 매수세가 미약했던 조세회피지역(룩셈부르크)의 자금도 매수강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외국인의 매수는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에서도 '묻지마 매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채권보유금액은 74조 6000억원이었다. 태국 자금이 빠지며 전월대비 소폭 줄긴 했지만 대신 중국과 네델란드 프랑스 등 새로운 지역의 자금이 국내 시장으로 밀려왔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이같은 '바이 코리아'는 기본적으로 펀더멘털에 기반한다고 입을 모았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국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펀더멘털의 양호함에 비해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낮았던 것도 외국인에게 매력적으로 비쳐졌다.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 경신 행진을 벌였지만 MSCI 한국 12개월 예상 PER은 여전히 9.1배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외국인의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대증권 유수민 애널리스트는 "미국 연준의 양적 완화 스탠스 유지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고, 기조적인 달러 약세와 위험자산 선호도 증가, 위안화 절상과 함께 원화 강세 가능성 등이 외국인 매수를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채권-원화가치가 동시에 강세인 '트리플 강세'가 1998년 8월~1999년 12월, 2003년 3월~2004년 12월까지 진행된 데 이어 올들어 나타나고 있다"며 "위기 이후 극복과정에서 금융시장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 이 현상은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확대된 유동성이 유입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