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보람 기자] 외국인 투자자본에 대한 규제안을 두고 채권시장이 연일 출렁이는 모습이다.
예상을 뛰어넘은 외국자본 유입으로 강해진 채권시장인 만큼 규제에 따른 외국인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화자본 규제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G20 이후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환율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자국 통화가치 낮추기' 흐름이 이번 G20에서 합의점을 찾게 된다면,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하락세가 주춤하면서 규제의 수위를 조절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외국자본 규제 논란 구체화
채권시장이 연일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자본의 유출입을 규제하겠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출렁임의 시작은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를 받던 지난 11일이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이 "외국인 채권 투자시 원천징수세를 면제한 조치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금융위 소관 사안은 아니지만,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고, 이는 '외국인 채권투자에 과세를 검토한다'는 내용으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 위원의 발언은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에서 "검토한 바 없다", "우리 소관 아니다"는 말로 부인하면서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열흘이 지난 현재, 논란은 점점 구체화되가는 분위기다.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미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규제했고 또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며 "외국인의 국내채권 투자에 과세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정권의 막강파워로 알려진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가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외국인의 과세 폐지는 잘못이었다"며 "채권투자에 대한 원천징수가 부활될 것"이라고 말해 과세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21일에는 "단기자금 금융시장 교란을 예방하기 위해 은행의 1년미만 외채에 대한 과세가 확정됐다"는 내용이 보도 됐다.
기획재정부는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현재 TF를 운영하면서 은행세(은행부담금) 관련 주요 국가들의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면서도 "은행세 도입여부 및 도입방안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단기 외채에 과세하는 방안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참가자들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사에서 "방침을 정했다"는 표현이 사용됐다는 데서 '고위관계자'가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자연히 어떤 형태로든 규제가 실행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 외국자본 규제, 가능할까?
물론, 규제를 실시하는 게 말처럼 쉬워 보이진 않는다.
채권투자에 대한 원천징수 비과세는 금융위기로 외국자본의 유출이 심해지면서 지난해 5월 시행된 조치로, 1년이 조금 넘어 되돌린다는 것은 국가신용도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OECD가입국으로 외환 자유화 조치를 후퇴시킬수 없다는 '자본이동자유화 규약'을 준수해야 한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상식적으로 상황에 따라 외국인의 자본에 대한 규제를 손바닥 뒤집듯 한다는 것은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외국인 자본에 휘둘리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규제가 가져올 파장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WGBI편입을 전제로 실행됐던 조치였음을 감안하면 이를 포기하는게 아니냐는 뉘앙스를 주기에 충분하고, 이에 대한 기대로 들어왔던 장기투자자금이 우르르 빠져나갈 수 있다.
지난 리먼사태 당시 국내 경기가 비교적 탄탄했음에도 우르르 몰려나간 외국자본에 금융시장 전체가 출렁였던 것은 시장참가자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마저도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NH투자증권의 신동수 애널리스트는 "선물환 포지션 규제 강화나 이자소득세 환원시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이자소득 규모가 2.38조원에 달하고 있다"며 "이자소득세 15%를 부과할 경우 금액으로는 3568억원, 수익률로는 45bp내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은행의 1년미만 단기외채에 세금을 물린다는 것도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1년 이상의 외채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1년미만 외채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은 단기자금시장을 막겠다는 얘기"라며 "원화시장까지도 여파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규제가능성 커져, 방안은 고민 중
하지만 현재 정부관계자들의 분위기나 발언수위를 감안하면 어떤 형태로는 규제는 실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더욱이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하락세가 다소 불편하다는 정부의 입장이 여러차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공무원들은 생각없이 말하지 않는다"며 "진동수 위원장의 발언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고, 이미 고민이 상당히 깊었다는 것을 알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이를 크게 부인하지 않는 모습이다.
21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 참석한 기획재정부 임종룡 제1차관은 "윤증현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외국인자본통제에 대해 말한 것은 준비했던 멘트였다"며 "자본변동성완화를 위해 토빈세, 은행세 등 여러 방안을 다 꺼내 놓고 논의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는 것이 재정부의 입장이다.
임 차관은 "지금까지는 외화가 필요했었기 때문에 이부분을 건드리는 것이 금기시 됐다"며 "안해본 일이기 때문에 파장 등을 감안해 조심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예금성 부채를 건드리는 것은 범위도 크고 파장도 클수 있어 단기외채로 타겟팅을 할수 있다"면서도 "세금은 부과금에 비해 훨씬 비탄력적"이라고 세금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어 "외국인한테 규제하는 국가라는 인상을 주면 안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G20를 앞두고 있어서 여기에 맞춰 자본규제를 실시하는 모양새로 비쳐지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G20이후 직후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아 시간을 가지고 가닥을 잡을 것임을 시사했다.
기획재정부의 김정관 국채과장 역시 이날 "외국인의 채권투자데 대한 과세 문제는 G20이후 결론이 날 것"이라며 "외국인의 채권투자 증가의 긍정적 효과는살리면서 위험요인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재정부와 관계 당국이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