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전무가 사장에 내정됐다. 부사장을 거치지 않은 2단계 파격 승진이다.
단순한 승진 차원을 넘어 삼성물산 고문직을 겸임하게 되면서,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통해 후계구도 완결편을 위한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이학수 고문이 삼성물산 고문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부진 사장의 경영 참여에 상당한 탄력이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3일 이부진 전무를 사장으로 승진 인사했다. 기존 호텔신라와 에버랜드 경영과 함께 삼성물산 상사 고문을 겸임하도록 조치했다.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물산 상사 고문을 겸임하게 된 것은 호텔신라에서 면세점 사업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어 호텔신라의 면세점 사업과 물산 상사부문의 글로벌 유통 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번 이부진 사장의 삼성물산 경영 참여가 일부분 예견됐던 인사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삼성물산 경영진단에 일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이보다 앞서 삼성석유화학 대주주로 올라섰을 때부터 예상한 시나리오라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삼성물산은 이부진 사장에 이어 삼성석화의 대주주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석화의 33.19%의 지분율을, 삼성물산은 27.27%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페이퍼 컴퍼니 형태인 삼성종합화학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38.68%)다. 삼성종합화학을 통해 삼성토탈(지분율 50%)로 지배력이 이어진다.
이부진 사장이 삼성물산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서, 상사와 석유화학 분야까지 지배력은 물론 총괄적인 진두지휘가 가능해진 셈이다.
이부진 사장은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해 경영에 첫발을 내디딘 뒤 지난 2001년 호텔신라 기획팀 부장을 거쳐 2005년 경영전략담당 상무로 경영수업을 받았다. 2009년초부터 호텔신라 전무로서, 그 해 9월에는 에버랜드 전무까지 맡아 겸직해 왔다.
이번에 사장으로 2단계 파격 승진과 함께 삼성물산 경영 참여로 큰 틀의 경영능력을 대내외에 입증할 기회도 맞았다.
이부진 사장은 경영일선에 등장한 이후 꾸준한 경영성과를 거둬왔다. 단적으로 호텔신라는 이부진 사장이 경영에 참여한 뒤 2002년부터 연평균 15%의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02년 415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 2132억원까지 높아졌다.
최근 호텔신라 인천공항 면세점이 롯데면세점 등을 제치고 루이비통을 단독으로 입점 시킨 것도 이부진 사장의 경영성과다.
이런 맥락에서 재계는 이재용, 이부진 등 삼성이 3세경영 시대를 맞아 계열분리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삼성가의 형제간 재산분할 방식을 보면 한솔, 세한, CJ, 신세계 등이 모두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통해 독자그룹을 설립해왔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이재용 사장이 삼성전자와 금융계열사를 통한 삼성그룹의 중심으로,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와 삼성물산을 통한 상사·건설·석유화학 분야의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전환 및 계열분리에 앞서 지분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물살을 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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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