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내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AJX) 경제가 7.9%의 추세 수준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계속 세계경제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내수 경제 회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모간스탠리(Morgan Stanley)의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모간스탠리의 지역 경제전문가인 체탄 아야는 지난 3일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여전히 수출은 회복이 쉽지 않고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아태 지역의 성장은 내수가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태지역 내수는 우호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의 영향도 받겠으나 그 보다는 리밸런싱(rebalancing)이 중요하다"면서 "아마도 이 같은 추세는 2010년과 유사한 특징을 보일 것 같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차이는 정책적 부양 효과 때문에 인플레이션 위험과 자산거품 가능성이 좀 더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예상했다.
◆ 신흥국이 선진국 비중 추월, AXJ가 주도
AXJ 경제 성장세는 중국과 인도와 같은 신흥 경제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경제의 회복은 무엇보다 구조 개혁과 재정지출 및 완화 통화정책에 따른 내수 회복에 기반하는 것이다.
2010년 9% 성장률이 예상되는 이 지역 경제는 2011년에는 7.9%의 최근 5년간 평균 추세 성장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0년보다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2010년은 위기에 따라 힘들었던 2009년의 기저효과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진국 경제가 추세선 아래에서 우여곡절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AXJ를 주도로 신흥시장 경제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구매력평가 기준(PPP)으로 2000년 37% 수준에서 2010년에 47%까지 그 비중을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AXJ 지역의 비중은 2000년에 16.8%에 그치던 것이 올해 25%까지 늘어난 뒤 2015년에는 무려 30%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모간스탠리는 예측했다.
한편 미국 경제의 비중은 2000년 현재 23.6% 비중이던 것이 올해 20.2%로 그리고 2015년에는 18.4%까지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유로존의 비중은 2000년 18.4%에서 올해 14.6%를 거쳐 2015년에는 12.8%로 줄어들게 된다.
◆ 보다 균형있는 성장 공식으로
이제까지는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을 통해 손쉬운 내수부양을 꾀할 수 있던 이 지역 정책당국도 갈수록 정책적 효과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대책을 찾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실제로 2007년 현재 GDP의 7.1%에 달하던 AXJ 지역의 경상수지 규모는 최근 4분기 동안 GDP의 3.8%까지 줄어들었다.
모간스탠리는 아직도 이 지역 내수 부양이 더 크게 필요하다면서, 저축을 이끌어 내는 사회적 안정망의 결핍이나 교육 및 보건을 위한 지원의 제약, 가계신용의 부진 그리고 가계의 낮은 부의 규모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의 농촌 연금, 저가 주택의 공급 및 최저임금 인상 등을 포함한 구조개혁 지속이나 아세안과 한국 그리고 이도 등의 GDP 대비 투자 비중 확대 추진 등 긍정적인 정책 이니셔티브도 많고 앞으로도 이런 올바른 방향으로 더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모간스탠리는 충고했다.
지역 경상수지 감소세는 중국과 인도 그리고 인도네시아 등의 내수 성장세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경제는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합쳐 2010년 기준으로 80%에 육박한다. 이들 내수가 성장하면서 지역 경상수지 흑자 폭은 2007년 7.2%에서 올해 3.9%로 그리고 2011년에는 3.3% 수준까지 비중이 줄어들 전망이다.
모간스탠리 담당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11년 중국 경제는 9% 성장률까지 약간 완만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지출 증가율은 1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인도 성장률은 내년에 8.7%로 올해 8.5%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소비 증가와 더불어 투자 성장세가 강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올해 6% 성장에 이어 내년에는 6.5%로 더욱 빠른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본비용의 구조적 감소 때문에 거시적 수지균형이 더 개선되어 빠른 내수 개선을 더 지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역 4위 경제인 태국 경제도 내수 부양을 통해 대외흑자 감소에 따른 부담을 이겨낼 것으로 기대된다.
◆ 당국의 두 가지 과제: 자산거품과 인플레
현재는 지역 정책당국자들은 G3 주요국의 경기나 수요가 계속 부진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 상의 부양책을 회수하는데 조심스럽지만, 이 때문에 원치 않게 자산거품과 인플레이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모간스탠리를 분석했다.
이들은 기초 전망 시나리오에서 AXJ 지역 경제는 이미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또 정책당국이 더 빠른 속도로 금리인상 정책을 구사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금리인상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장 및 경제가 혼란스럽지 않게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모간스탠리는 지역 경제의 물가 압력이 인도를 제외할 경우 올해 3.1%에 그치지만, 내년에는 4.2%까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지역 정책당국이 일부 통화가치 평가절상과 외환시장 개입, 과도한 유동성 억제 및 긴축 통화정책을 복합적으로 구사할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중국의 경우 2011년 중순까지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한 6.31%까지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지역 경제의 정책금리는 내년 중반까지 평균 70bp에 이어 연말까지 추가로 40bp 더 인상되어 4.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경우 상반기 50bp 그리고 하반기 50bp 추가해서 기준금리가 7.25%까지 높아질 전망이라고 모간스탠리는 내다봤다. 중국이 올해 25bp 금리인상에 그친 것과 달리 인도는 이미 150bp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모간스탠리는 AXJ 지역 경제 전망의 주된 상방위험은 '대외수요 회복 속도'에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경제의 회복 속도는 이 지역 경제의 인플레이션 전망과도 직결되는 요소다. 지역 경제가 수출 경제이기도 하지만, 투자자본의 위험 투자 목적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편 선진국의 디플레이션 위험은 아시아 경제에는 자산거품 위험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선진국 정책당국이 디플레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구사할 경우 남아도는 유동성이 이 지역 경제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기구들은 아시아 정책당국의 자본유출입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