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실무 검토, 주주협의회 조만간 개최
- MOU체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획득 후 2주내 체결
- 채권단, 현대상선 지분 우려 해결 등 현대그룹에 옵션 제시
[뉴스핌=한기진 기자]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대역전’했다. 현대건설 채권단(주주협의회)은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를 깨고,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했다. 대신 현대차에게 이 지위를 넘길지 논의키로 했다. 사실상 현대차와 현대건설 인수를 재협상하게 된 셈이다.
◆ 채권단 절대다수 '인수자격 박탈' 동의
채권단은 지난 17일 현대그룹과의 양해각서(MOU) 해지 등 4개 안건을 주주협의회에 올려 서면동의를 받은 결과,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MOU 해지안이 가결됐다고 20일 밝혔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승인안은 절대다수의 반대로 부결됐다. 채권단은 또 현대그룹이 MOU 체결 시 낸 이행보증금 2755억원의 반환 여부 등을 운영위원회에 위임하는 안과 현대차그룹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부여 문제를 차후 주주협의회서 협의해 결정하는 내용의 안 등 2개 안건도 함께 가결했다.
채권단은 “주주협의회 기관은 이번 안건의 결의를 통해 현대그룹 컨소시엄과의 현대건설 매각 절차를 더 이상 지속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다시 주주협의회를 열고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격상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르면 금주 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조속한 매각’에 의견 접근을 이룬 만큼,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주주협의회의 결의는 안건 상정(17일, 지난주 금요일) 후 영업일 기준으로 불과 하루 만에 이뤄졌다. 오는 22일까지 결의해도 되는 게 당초 일정이었다. 현대건설 매각을 하루빨리 끝내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채권단 관계자는 "내일부터 실무자 협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안건 상정 시점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주려면 의결권 기준으로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외환은행(24.99%), 정책금융공사(22.48%), 우리은행(21.37%)이 가장 많은 의결권을 갖고 있다.
◆ 입찰제안서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후 2주내 MOU 체결
주주협의회에서 현대차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키로 결의하면, 주관사인 외환은행이 향후 절차들을 진행하게 된다. 우선 인수자금 증빙 절차가 시작된다. 현대차는 인수자금의 존재와 출처 등 시장의 의혹을 사지않도록 증명해야 한다. 구두설명 혹은 증빙서류를 내야 한다. 이미 입찰제안서에 ‘자금조달증빙의 진정성 확인을 위해 소명요청’ 문안이 들어있다. 다만 이 문안이 법률적 효력이 없지만, 크게 문제 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현대차가 기꺼이 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중에 양측은 MOU를 체결할 전망이다. 늦어도 3주안에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시점은 지난 11월 16일로, MOU 체결 시한은 같은 달 29일이었다. 입찰안내서에 체결시한을 이렇게 못 박았다. 따라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의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을 포함, MOU체결까지 늦어도 3주면 충분할 전망이다. 불과 2주일 남은 올해 안에 체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MOU가 체결되면 현대차는 현대건설에 대한 본 실사를 개시한다. 자산가격이 적절히 산정됐는지, 부실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 채권단과 최종적으로 가격협상을 벌인다. 현대차가 인수 가격으로 5조 1000억원을 제시했지만 실사결과를 놓고 채권단과의 협상에 따라 최종 인수가격은 다소 변동될 수 있다.
◆ 채권단 "현대상선 지분 우려 협조", 현대그룹이 받아들일지 관건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우려하고 있는 현대건설 보유의 현대상선 지분(8.3%)의 처리방안을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을 현대차그룹이 가져가면 그룹전체의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제스처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긍정적 의사를 표명한다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처리방안에 대해 윈윈하는 구조로 가능한 범위에서 협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보유중인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그룹이 가져갈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현대그룹측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속도도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