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증권사들, 판도변화에 촉각
[뉴스핌=홍승훈기자]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지난 6일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 가능성을 언급한 '혁명적 금융빅뱅' 발언이 증권업계내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을 염원하며 시행한 자본시장법이 만 2년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꿈쩍하지 않는 증권업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결연한 의지를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내 빅3, 빅4로 불리는 대형증권사들로선 업계내 판도변화를 예고하는 만큼 어느 곳보다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이해관계가 엮인 해당 회사들의 반응도 예민했다.
일단 금융당국이 갑작스레 증권 분리매각을 화두로 던지자 우리금융지주측은 "그룹 해체는 말이 안된다. 기존대로 경남 광주은행 등 계열사들과 같이 가야 한다"고 분리매각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인수 대상후보로 거론된 산은지주측에선 "글로벌IB로 도약하려면 자기자본이 적어도 5조원은 넘어야 하는 만큼 합병이 좋은 계기는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주춤한 현 상황에서 증권 분리매각은 우리금융그룹 해체와 동시에 은행 등 금융권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전 금융투자업계가 술렁일수 밖에 없다.
물론 이같은 발언과 이슈는 과거에도 당국과 대형증권사 수장 등을 중심으로 몇 차례 있었다.
다만 현 시점에서 달라진 건 당국의 강한 의지다. 김석동 위원장의 발언 수위나 어조로 볼 때 과거 수차례 제기됐던 분리매각 이슈와는 '급'이 달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김석동 위원장의 지난 6일 기자간담회 발언을 추려보면 하나같이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시장과 업계가 진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들 주도로 혁명적 빅뱅을 시도하겠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우린 진짜 하고 싶다. 나는 이번에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심정으로 대형 금융사가 출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이다.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자본시장법 시행 2년을 맞아 법 재정비를 추진중인 김 위원장은 증권업계에 대해선 해외 진출을 통한 글로벌IB 육성에 주력해왔다.
금융위와 금융투자협회, 증권업계 소식통들은 "취임 직후부터 김 위원장은 국내 증권IB의 해외진출을 위한 여건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사들이 왜 해외진출을 제대로 못하는지, 진출을 위해선 어떤 제반여건들이 갖춰져야 하는지 금융위와 협회, 증권업계 공동으로 몇 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우리투자증권 분리 매각 가능성 언급도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몇 차례 거론됐던 이슈다.
애초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우리금융을 통째로 매각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지만 매각이 지연되면서 결국 경쟁력 있는 계열사부터 하나씩 매각하자는 논리를 당국이 택한 것이란 관측이다.
사실 자본시장법 시행 만 2년이 지났지만 증권업계의 변화가 애초 기대와는 달리 전무했다는 점도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에 영향을 미쳤다. 현 상황만을 보면 2년전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른 한국판 골드만삭스 기대감은 실효성없는 탁상공론이었다는 얘기다.
"불과 10년 전 대한민국 30개 은행이 지금 몇 개로 줄어들 것으로 누가 생각했겠냐"는 김 위원장의 발언도 이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같은 시장내 안주가 당국의 정책 방향을 틀게 만들었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판단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정부 주도로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다면 이번엔 거꾸로 시장 친화적, 시장 중심적으로 개편해보겠다며 방법을 달리했다. 물론 대형 금융투자회사의 탄생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위한 당국의 규제완화 조치도 예전과는 급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과거 장외파생상품 영업에 대해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을 높이면서 외국계증권사를 견제한 것처럼 당국이 업계내 게임룰을 국내 대형IB 중심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위해선 우리투자증권 인수후 당국의 의도데로 확실히 업계 리딩 증권사로 치고나갈 만한 곳을 당국은 내심 선호할 것"이라고 전해왔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위원장 스타일상 분리매각 발언은 우리금융 등과 사전조율 없이 나온 것일 가능성이 높지만 당국의 의지를 감안하면 예전 시장내 분리매각 얘기가 거론됐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시기적으로도 설 연휴 직후 금융권에 화두를 던진 것인데 브리핑에 대한 사전준비가 철저했던 것으로 파악돼 내부에선 '아덴만 여명' 작전같은 느낌이었다는 말도 나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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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