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투자에서 3년반 만에 큰 손실을 입고 지분을 전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투자책임자인 버핏이 인수할 당시인 지난 2007년 중반 BofA의 주가는 48달러 선 이상에서 거래됐다. 버핏은 지난 2007년 2분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와중에서 과감히 BofA 주식을 870만 주 매입한 바 있다.
하지만 버핏의 매도시점인 지난해 4분기 BofA의 주당 가격은 최저 11달러에서 최고 14달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어림잡아도 투자원금의 3분의 2 이상을 날린 것으로 추정된다.
◆ 버핏, BofA 보유기간 내내 '편두통' 시달려
BofA 주가는 올해들어 소폭 반등해 주당 15달러 가까이 회복했으나 버핏의 매입시점에 함께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기에는 여전히 절망적인 모습이다.
버핏 관련 투자서적의 저자이기도 한 램 파트너스의 제프 매슈스 는 "버핏이 손실을 보고 빠져나왔다"며 "금융위기에 과감히 뛰어들었지만 수익을 내기는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버핏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한 차원에서 BofA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버핏의 속내는 앞으로는 또 무엇이 터질까 전전긍긍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버핏은 BofA 지분을 매입한 이후 내내 한 순간도 마음 편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그 투자시점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던 상태였다.
당시 BofA의 케니스 루이스 CEO는 주주들에게 미국 주택시장이 몇개월 만에 회복될 것이라는 안일한 전망을 내놓았고 투자자들은 주식을 선뜻 팔지 않았다.
버핏도 그의 얘기를 경청한 투자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 BofA, 부실기업 인수로 또다시 버핏 '염장' 질러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수습되기 보다는 악화됐고 이듬해에는 오히려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와 리먼 브라더스 몰락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쏘시개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금융위기 과정에서 BofA는 무책임한 인수합병을 단행해 투자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BofA는 지난 2009년 1월 재정난으로 쓰러져가던 메릴린치를 무려 185억 달러에 최종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계약은 아이러니하게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보호신청 당일 체결됐다.
버핏은 메릴린치 인수에 대해서 거의 뒤통수를 맞은 듯 반응했다.
그는 나중에 공개된 정부 증언에서 메릴린치 인수 당시에도 루이스 전 CEO가 너무나 비싼 값을 주고 사들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버핏은 "루이스 CEO가 메릴린치를 미친 가격에 사들였다고 생각한다"며 "하루만 더 기다렸다면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소식이 나왔을 것이고 이로 인해 거의 공짜로 삼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반토막에도 버틴 버핏, 결국 금융 비리에 '백기투항'
루이스의 명예롭지 못한 퇴진 이후 뒤를 이은 BofA브라이언 모이니헌 CEO는 이번에는 정부의 규제와 투자자들의 소송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해 중반 이후 이른바 부실모기지 스캔들이 불거지며 미비한 모기지 계약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BofA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BofA는 지난해 22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주가도 11%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이른 바 기업실적 랠리 과정에서 미국 10대 은행이 거둔 성적표 가운데 최악이었다.
버핏은 지난 2009년 지분 매입 직후 인터뷰에서 "BofA는 예금 확보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그다지 환상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 버핏의 결정에 전문가들 '갸우뚱'. 투자자들 '시큰둥'
BofA 투자실패와 같이 최근 버핏의 결정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환호하기 보다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상황이 잦아지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버핏은 지난해 미국의 비상장 철도운송회사인 벌링턴노던산타페에 265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철도와 역사 등 대규모 토지자산을 보유하고 현금창출 능력도 어느정도 겸비한 업체이지만 디플레이션 우려등으로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상황에서의 인수는 시기상으로 모험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금융계 경력이 일천한 무명의 펀드매니저 토드 콤스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버핏은 10년쯤 주식시장이 문을 닫아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른바 '영구보유주식 투자전략'으로 각광받아 왔다.
그만큼 버핏의 선택은 많은 부분 적중해왔고 그를 신뢰한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되돌려 줬다.
하지만 그 역시 BofA의 비리와 부정의 어두운 그림자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간과하는 우를 범했다.
버핏과 같이 최고 수준의 투자자도 BofA의 숨겨진 실체를 파악할만한 정보력을 갖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아마추어처럼 안일한 투자를 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