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임애신 이기석 기자] 정부는 국내 석유시장의 비대칭성 등 가격왜곡현상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석유제품 가격공개를 확대하는 등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석유가격 비대칭성은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국내 석유가격이 오르는 반면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는 국내 석유가격이 내리지 않는 왜곡현상을 말한다.
또 석유시장의 경쟁 촉진을 위해 제6의 독립폴 신설을 지원하고 올해말까지 한국거래소에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할 예정이다.
6일 정부는 지난 1월 물가안정대책의 일환으로 구성·운영해 온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결과, 국내 석유시장에 가격비대칭성이 상당히 존재하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의 석유시장의 가격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결과는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정부 당국자와 소비자시민의 모임 등 시민단체, 석유협회, KDI, 에너지경제연구원,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한 석유가격TF에서 8차례 전체회의와 4차례의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도출됐다.
이날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정유사가 월말에 판매실적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대폭 인하하고, 소비자는 유가 상승기에 저가 주유소를 탐색하며 판매 가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가격하락 시에는 노력이 미미해 주유소 가격의 하방경직성을 초래하고 있다.
아울러 정유사 및 주유소간의 경쟁이 부족할 경우, 주유소의 구조적인 요인, 기간 정산 등도 가격 비대칭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날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도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지난 1월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석유제품 가격 비대칭성 등에 대해 논의한 결과 항시 비대칭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어 윤증현 장관은 "이같은 가격 비대칭성은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이 근본적인 이유"라면서 "가격 결정이 투명하지 못한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정유사가 3개월 동안 리터당 100원을 인하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유가가 적정한 가격을 찾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윤 장관은 "기존 석유시장의 감시체계랄 통합하고 정제마진 추이를 감시지표에 포함시키는 등 가격 공개 확대 등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장이 '정유사-대리점-주유소'로 수직 계열화돼서 경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면서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석유제품을 매매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경쟁을 촉진하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식경제부 이관섭 에너지산업정책관(국장)은 "현재 소비자들이 정유사들의 가격결정방식 등에 대한 가격 비대칭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TF를 만든 것"이라며 "정유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 아니다에 대한 결론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석유시장에 대해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공정한 가격 결정 등을 통해 석유제품 가격이 인하될 수 있도록 정부는 정책을 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4월까지만 공개하기로 했던 정유사 등 석유사업자의 판매가격 공개시한을 2014년 4월까지 연장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또 정유사의 판매가격을 전체 평균가격이 아닌 대리점, 주유소 등 판매대상별 평균가격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관섭 국장은 "공개되는 정유사 판매가격의 세분화가 영업비밀 침해 등 법률상의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올해 상반기까지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SK, GS, S-OIL, 현대오일 등 국내 정유사의 2010년 영업이익은 3조 8000억원, 정유부문은 1조 9000억원으로 꾸준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4개사의 지난해 경질유(휘발유·등유·경유) 시장점유율 합계는 98.08%에 육박한다.
정부는 이같은 4개 정유사의 과점체제로 인해 석유제품 공급과 유통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 농협의 NH-OIL폴에 이어 제6의 자가폴 주유소 설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동시에 자가폴 주유소 활성화 등 경쟁촉진을 위해 자가폴 주유소를 포함한 전체 주유소 대상 신용카드 위주로 주유할인 혜택이 제공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 국장은 "자가폴의 어려운 점은 (이름이 생소함에 따라)소비자들이 석유제품이 이상하지 않나, 품질이 낮거나 유사석유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는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가폴에 대한 품질관리를 정부가 직접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내 수급상황에 따라 석유제품 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국내 석유제품 거래시장을 개설하기로 했다.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온라인상에서 석유제품을 매매할 수 있도록 올해말까지 한국거래소에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하고, 2012년말까지 석유제품 선물시장 개설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 국장은 "과거에 시장 참여자가 부족해서 석유시장 개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많은 석유사업자들이 석유제품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 지급한다거나 의무적으로 판매량을 정하는 방법 등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정부는 △ 정유사 폴사인과 판매제품의 일치의무 완화 △ 유류세 인하 등 유가인상 대응계획 수립 △ 한국석유공사가 도매업 등 유통시장에 진출하는 방안 등을 이날 오전에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한 후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타정유사 제품판매를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별도의 저장탱크와 주유기를 설치해야함에 따라 주유소가 '혼합판매'에 소극적이라고 판단, 정부는 별도의 표시없이 팔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국장은 "영남지역에 있는 GS 주유소가 호남지역에 있는 GS 정유소에서 받아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은 물류비용 감안할 때 비효율적"이라면서 "따라서 이처럼 정유소가 멀리 있을 경우 타사 정유를 받아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타사 거래가 약 40%에 달하고 있으며, 정유공장 위치에 따라 물류, 유통 비용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이 국장은 "사실 휘발유, 경유는 제품 생산 규격이 정해져있으므로 국내 정유사들의 제품 품질 차이는 거의 없다"면서 "소비자들의 인식 및 법적검토 등을 거쳐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정부의 이상원 경제분석과장은 "석유가격 관련 비대칭성이 확인됐다"면서 "비대칭성이 있으면 비대칭성이 없을 때보다 정유사에 이득이 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정유사가 취한 이득이 적정이윤인지 폭리를 취한건지 정보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알 수 없다"면서 "따라서 정부는 비대칭성이 왜 발생하느냐에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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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임애신 기자 (vancouv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