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유용훈 이강규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노종빈 기자] 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18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미국 의회가 연방 예산 적자 문제를 향후 2년 내 해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할 경우 미국은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2년내 미국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33%
S&P는 또한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은 "2년 내에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이 최소한 3분의 1은 된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세계 최대 경제대국임을 자처해 온 미국 경제와 기축통화 지위를 구가해 온 미국 달러화에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전 자산으로 분류돼 온 미국 국채에 대해서도 더 많은 투자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며, 이 경우 미국의 가계와 기업 부문의 자금 조달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채권전문 펀드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정부가 재정 문제를 더욱 면밀히 챙겨야 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라며 "미국 경제는 자금조달 비용 증가를 피하고 글로벌 경제의 중심 지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핌코는 최근 미국 국채에 대해 매도포지션을 취한 바 있다.
이날 미국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1% 이상 급락하고 미국 국채 장기물도 초반 약세를 보인뒤 오후 장들어 낙폭을 만회하는 모습이었다.
달러화는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는 그리스의 재정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유로화를 다시 하락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채에 대한 신용디폴트스왑(CDS)도 이날 장중한 때 연중 최고치까지 상승했으나 여전히 2년전 수준에는 크게 못미치고 있다.
◆ 美 재정적자 축소 논의 활발해질 듯
이번 S&P의 미국 신용등급 전망 강등 조치의 의미는 미국 백악관과 의회 민주 공화 양당이 적자감축안에 조속히 합의하지 못할 경우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 정치권이 재정적자 삭감에 합의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백악관은 합의를 향한 쌍방의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S&P의 신용전망 하향조정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은 장기적자 감축을 위해 어느 부분에서 지출을 덜어낼 것인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적자감축과 재정개혁에 관한 양당합의 촉구는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이런 맥락에서 S&P의 조치는 목표를 향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수주 간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의회 지도부는 이번 회계연도에 1조4000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예산적자 해소방안을 둘러싸고 공방전을 벌인 바 있다.
이와 함께 공화당과 민주당은 2020년 말까지 적자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서로 다른 감축안을 내놓았다.
S&P는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이 2013년까지 장기적인 미국의 재정 문제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수정한다"고 밝혀 평행선을 달리는 양당의 입장이 이번 조치의 밑자락에 깔려있음을 분명히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S&P의 전망 강등과 이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워싱턴 정치권의 협상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포토맥 리서치 그룹의 정치분석가인 그레그 발리어는 S&P의 이번 조치로 6월말이나 7월초에 적자삭감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양측의 적자축소 논의가 연방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에 대한 잠재적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면서 조금 다른 해석을 내렸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미국의 국가 재정상태를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이 문제가 2012년 대선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백악관, 지난 주말 등급 전망 변화 감지 "S&P 결정은 정치적 판단"
미국 백악관은 이날 S&P의 결정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이는 정치적 판단이 깔린 결정이라고 폄하했다.
또한 백악관은 지난 주 금요일인 15일 이미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려는 S&P의 계획을 인지했다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백악관은 S&P의 경제 평가에 대해 동감하지만 예산적자 감축 노력이 어려움을 보일 수 있다는 비관적 시각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 핵심 브레인 가운데 한 명인 오스탄 굴스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은 이날 MSNBC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은 S&P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신용평가기관 S&P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은 정치적 판단"이라며 "미국은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에 관한 장기 합의를 이룰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하원 공화당 원내 2인자인 에릭 캔토 의원은 S&P의 조치는 부채한도 인상이 "연방적자를 즉각적으로 덜어내고 미국이 더 이상 빚더미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한 의미있는 재정 개혁을 수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수적인 티 파티(Tea Party)의 지지를 받는 공화당 의원들은 S&P의 조치가 자신들이 주장하고 있는 연방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정강을 지지한다고 해석했다.
하원 공화당 티파티 의원총회의 멤버인 블레이크 파렌홀드 하원의원은 "이는 미국의 예산지출이 지나치게 방대하다는 우리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 무디스 "美 긴축논의 긍정적이나 결과는 불확실"
한편 또다른 주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미국의 재정 긴축 논의 진행상황에 대해 긍정적이라며 S&P와는 다소 상반된 입장을 내비쳤다.
무디스는 미국 긴축예산안에 대한 워싱턴 정치권의 논의가 비록 결과에 대해서는 불확실하지만 재정정책 방향의 잠재적 변화 가능성을 보여줘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평가는 같은 신용평가기관인 S&P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이후 나온 것이다.
무디스는 "비록 어떤 긴축안이 도입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재정정책 방향의 잠재적 변화 가능성은 (현재 'Aaa'인) 미 연방정부의 신용등급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증가하고 있는 공공부채 추세를 반전시킬 구체적 계획안을 갖고있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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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