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7일(현지시간) 6000억 달러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종전 계획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벤 버냉키 미국 연준의장은 사상 첫 정례 기자회견을 무난히 소화해내며 당분간 저금리 정책기조를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연준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른바 추가양적완화로 불리는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지속해오고 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종료 직후 성명을 통해 오는 6월까지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단행한 뒤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하더라도 금융시장에는 중대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날 연준 당국자들은 기준금리 동결에 합의했다.
연준은 그동안 제로수준의 초저금리 정책을 지속하고 두 차례의 양적완화 조치를 단행, 약 2조 달러 규모의 국채 및 모기지 채권을 시중에서 사들였으며 이를 통해 미국 경제에 막대한 현금을 공급해왔다.
또한 이날 사상 최초로 열린 버냉키 의장의 FOMC 뒤 정례 기자회견에는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며 커다란 관심을 불러모았다.
신중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석에 자리한 버냉키 의장은 특별한 실착없이 비교적 무난하게 연준의 정책 및 미국 경제의 현안들에 대해서 브리핑했다.
미국 국채에 대한 매도포지션을 취하며 연준의 과도한 유동성 공급을 비판해 온 모하메드 엘 에리안 핌코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버냉키 의장이 FOMC의 경제전망에 유익한 보충 정보를 제공했다"며 "일부 이슈에 관해서는 직답을 피한 채 두어차례 주춤거리기도 했지만 까다로운 질문에 능숙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엘 에리안 CEO는 또한 버냉키 의장이 경제와 정책 이슈는 물론 국내외 문제까지 망라한 광범위한 질문에 답변하며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 자리에서 연준이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수준을 감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현재의 상품가격 강세는 일시적인 상황이라고 관측하고 실업률도 높아 정책적 변화를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시점은 버냉키 의장에게는 도전적인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미국 경제는 지난 1/4분기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로 예정된 미국 상무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1/4분기 성장률은 연율기준 2%대 미만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상품가격이 급등하면서 연준으로서도 인플레이션 위협에 대처해야 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커져왔다.
하지만 연준은 기준 금리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함으로써 최근 금리 인상에 나선 유럽중앙은행(ECB)과 신흥국 주요 중앙은행과는 차별화된 정책방향을 고수하고 있다.
연준 당국자들은 당분간 긴축 정책을 서두르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FOMC 성명서에서 당국자들은 단기 금리 수준을 당분간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정책방향은 버냉키 의장의 지적처럼 몇 차례 더 정책회의에서의 수렴을 거쳐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이 기간동안 연준은 2조 달러 규모의 확장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의 실업률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그는 상품 가격 강세는 단기적인 흐름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인플레이션은 적정 수준에서 통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정적자 논란과 관련 그는 최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은 워싱턴 정가의 문제 해결 논의를 가속화시켜 건설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내 휘발유 가격 급등세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서도 연준으로서는 이를 조절할만한 직접적인 능력이 제한돼 있다고 예봉을 피해갔다.
그는 "휘발유 가격은 지금의 페이스대로 지속적으로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대책 등에 의해 안정화되고 곧 하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적정한 수준으로 통제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판단되는 조치들을 시행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연준은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문을 통해, 지표들을 통합해 볼때 미국 경제는 완만한 속도로 개선되고 있으며 고용시장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가계지출과 기업의 설비투자 역시 확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비거주용 부문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취약하며 주택부문도 압박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 여름 이후 상품가격이 크게 상승했으며, 원유가의 경우 글로벌 공급 우려감에 지난 3월 이후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이 최근 수개월동안 상승했지만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재확인했다.
따라서 연준은 6000억달러 규모의 장기국채 매입프로그램을 당초 계획대로 6월 말까지 시행하고,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도 현 0~0.25% 수준을 장기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날 함께 공개된 연준의 미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는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이전의 전망치보다 낮은 3.1%~3.3%로 하향수정하고 실업률도 8.4%~8.7%로 낮춰잡았다.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회의에서 나온 2011년 GDP성장률 전망치는 3.4%~3.9%, 실업률 예상폭은 8.8%~9.0%였다.
또한 연준은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2.1%~2.8%, 근원 PCE 지수는 1.3%~1.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월의 1.3%~1.7%(PCE 물가지수)와 1.0%~1.3%(근원 PCE지수)에 비해 상향수정된 것이다.
한편 연준은 내년 GDP가 3.5%~4.2%, 2013년에는 3.5%~4.3%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률 예상치를 2.5%~2.8%로 제시했다.
또한 실업률은 2012년에는 7.6%~7.9%로 낮아지고 2013년에는 6.8%~7.2%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보았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실업률은 5.2%~5.6%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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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