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사들 프라임 브로커업무에 우선 주력방침
[뉴스핌=홍승훈 기자] 증권사들이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 오픈을 앞두고 발걸음이 빨라졌다. 헤지펀드 전문인력을 영입해 사내 태스크포스팀을 본격 가동하는가 하면 유수의 글로벌 헤지펀드운용사들과 전략적제휴도 잇따라 체결하고 있다.
아직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규제완화 방안 및 그림이 나오지 않아 증권사들로선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을 검토하는 수준이지만 당국의 스탠스(방침)가 정해지면 곧바로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를 위해 각 사들은 헤지펀드 직접운용과 판매, 프라임브로커리지 등으로 분야를 나눠 초기시장 선점을 위한 실무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직접 헤지펀드 운용의 경우 증권사내 상품운용이나 트레이딩부서를 떼어내는 일종의 '스핀오프(Spin-off)'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상품 판매부문에선 유수의 글로벌 헤지펀드운용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명품 상품으로 투자자 관심을 모으는데 주력한다는 것.
또 헤지펀드 운용에 앞서 열리는 알짜시장이 예고되는 프라임브로커리지분야에 대해선 보다 구체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헤지펀드 서비스 공급자 중 하나로 헤지펀드의 거래체결, 청산결제, 자금대여 등을 담당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시장은 3년내 국내에서만 조(兆) 단위의 수익이 예상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 증권사, 헤지펀드시장 개막앞두고 준비 박차
국내 증권사들이 헤지펀드에 대해 처음 준비를 시작한 것은 3~4년 전이다. 하지만 도중에 국내 헤지펀드 도입이 미뤄지면서 지지부진하다가 지난해 하반기께 다시 재점화되는 형국이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헤지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6133억원에서 4월 말 현재 9659억원으로 급증했다. 5월 들어선 설정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의 재간접 헤지펀드 설정액이 991억원(5월초 기준)으로 현재는 1000억원을 넘어섰다. 증권업계 최대다. 이어 대우증권(850억원), 삼성증권(840억원), 한국증권(572억원), 우리투자증권(408억원) 순으로 팔았다.
자료 : 각 증권사. 5월 최근 기준. 대우증권은 설정액에 리테일 외에 기관자금도 포함. |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지난 2008년 말 헤지펀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3년 남짓 홍콩과 싱가포르, 유럽 등을 다니며 준비를 해온 끝에 지난해 8월 첫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외국계은행에서 경민수 상무 영입에 이어 상반기내 세일즈팀을 비롯해 인력충원을 통해 추가 팀 신설도 계획중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기존의 자산포트폴리오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판단한 CTA에 집중해 CTA로는 최초로 트렌스트랜드사와 판매계약을 맺고 국내 최초로 금감원에 등록됐다"며 "장기적 관점으로 글로벌 유수의 헤지펀드들을 선점해 국내 투자자들의 니즈에 맞는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우리투자증권은 롱숏전략 등 헤지펀드 방식의 운용을 해오다 지난해 AI그룹을 만들고 본격화하는 추세다. 향후 AI그룹을 중심으로 스핀오프 방식을 통해 헤지펀드운용 자회사를 만들 계획이다.
프라임브로커리지부문에선 현재 여타 증권사들이 주식대여에 집중하는 가운데 우리투자증권은 주식대여뿐 아니라 스왑을 이용한 파생상품을 활용, 레버리지도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대차거래 잔고가 7000억원 수준으로 2~3위권 증권사 2000억원대 후반과는 격차가 있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3년전 프라임브로커리지를 대비한 TF팀을 구성했으나 시장도입이 미뤄지면서 소강상태를 보이다 최근 다시 본격화된 케이스.
회사측은 빠른 시일내 한국형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를 위한 공식 TF팀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와의 전략적 제휴도 계획중이다.
대우증권의 경우 운용부문은 지난 2008년부터 주식운용부(현재 프랍트레이딩부)내 헤지펀드 운용팀을 만들어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지난 3년간 운용성과 역시 HFRX(헤지펀드인덱스) 대비 초과수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상품 판매에선 미국과 영국의 헤지펀드 운용사들과 독점판매 계약 및 전략적제휴를 맺었고, 국내 토종 헤지펀드 육성을 위해 AI(대안투자)팀을 만들기도 했다.
대우가 프라임브로커리지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전담부서를 만들어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주식대차와 주식스왑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을 가장 많이 보유한 삼성증권도 지난해 재간접 헤지펀드 운용 전문가인 정진균 팀장을 영입한데 이어 올해 들어 2명을 추가 충원, AI팀 인력을 8명으로 늘리는 등 헤지펀드시장에 대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지난 1월 영국의 맨 인베스트먼트사와 제휴해 재간접 헤지펀드를 출시한 이래 올해 들어서만 11개의 재간접 헤지펀드 상품을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판매하고 있다.
◆ 3년내 국내 42조 헤지펀드시장 예고
증권가에선 헤지펀드시장이 도입 초기 3년내 42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헤지펀드 보고서를 통해 헤지펀드 도입 후 3년간 시장 규모가 42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진증권 서보익 애널리스트는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은 증권사 성장성과 자기자본이익률 개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망대로 도입 초기 42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면 헤지펀드를 지원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연 1조 9766억원. 이자수익은 연간 6345억원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너도 나도 헤지펀드를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초기시장에선 우선 판매사로서의 연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증권사들이 판매에 급급하기 보다는 책임감있게 상품을 권하는 등의 기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한국시장에서 레버리지를 일으키기가 쉽지않아 초반에 어려움을 상당히 겪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시장왜곡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전세계 고액자산가의 금융자산 중 헤지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달한다"며 "국내에서도 한국의 고액자산가들에게 헤지펀드는 좋은 투자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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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