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대공황 이래 최악의 세계 금융 경제위기가 발생한 지 3년, 새로운 유령이 대다수 선진국 경제에 출몰하고 있다. 다수 국민들의 소득이 수 년간 정체하면서 경제 회복을 짓누르고 있다.
이는 조만간 있을 주요국 대선 및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중대한 정치적 결과를 이끌어 낼 변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후 선진국 경제는 세대가 거듭할 수록 생활 여건이 실질적으로 더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지금처럼 그 기대가 미약했던 적은 전례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27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적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사실 중산층에게 소득이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경험은 최근의 일은 전혀 아니며, 놀라운 사실을 보여준다.
◆ 중산층, 지난 수십년간 소득 정체 혹은 감소
영국 지게차 기사의 2010년 평균 임금 소득은 1만 9068파운드(원화 3300만 원 상당)인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고 1978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5% 감소한 것이다.
미국 평균 남성의 소득은 1975년 이래 전혀 증가하지 않았으며, 일본의 평균 가계 세후 소득은 2000년대 중반까지 10년 동안 감소했다. 또 독일의 경우 최근 10년 동안 가계 소득이 감소세를 지속했다.
그런데 중간계층의 소득 압박은 일시적으로는 가계가 자신이 번 것보다 더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이른바 '신용 호황(credit boom)'을 가장하고 나타났다.
가장 최근 '저렴한 돈'이 흥청대던 시절로부터 금융 위기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나는 지금, 주요국 경제가 어떻게든 과거의 성장세를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전 세계 중산층이 또다시 소득이 쥐어짜이는 상황에 처했다.
세율 인상과 재정지출 축소를 통해 공공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겠다는 정치인들에게 이런 상황은 경종을 울린다. 게다가 수명 연장과 인구 노령화에 따라 어떻게든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나라들은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최근 30여년 동안 선진국 가계 소득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1975년이래 미국 중산층의 소득은 물가를 감안할 때 정체했지만, 국내총생산(GDP)은 급격히 성장했다. 1인당 GDP에서 중산층의 소득이 고정되어 있다면 늘어난 다른 부분은 다른 어디론가 가야한다. 미국에서는 정확하게 상위 부유층으로 그 부분이 집중되었다.
◆ 양극화, 혹은 부유층으로 소득의 집중
1974년에 미국 상위 1%의 부자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 그 비중은 18%까지 2.5배로 늘어났다. 물론 상위 1%내의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 이 같은 미국식 양극화 현상은 이제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말까지 관련 자료가 충분한 22개 선진국들 중에서 17곳에서 소득불평등이 크게 강화된 것을 확인했다.
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소득불평등이 점차 공통적이면서 또 더 높은 비율의 현상으로 수렴되는 조짐이 있다"면서 "덴마크, 독일 그리고 스웨덴과 같이 전통적으로 불평등 정도가 낮은 나라들도 더이상 이런 추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처럼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공통된 특징이 된 소득불평등 강화는 고용시장의 추세에서 귀결되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임금 불평등 확대를 줄이고자 국가 지원금을 늘리고 저소득층의 급여세를 경감하였으나 임금소득 불평등은 강력한 세제 및 복지시스템 강화 의지와 노력을 훌쩍 넘어섰다.
이런 소득불평등 추세에는 중간정도 숙련노동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도 한 몫 했다. 선진국 경제 전반에서 고용시장은 사랑받는 직종과 혐오 직종으로 양분되어갔다.
런던정경대학 경제성과연구센터의 앨런 매닝 교수는 지난 1993년부터 2006년 사이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중간 수준의 임금을 받는 일자리는 줄어든 대신 고소득 및 저소득 일자리는 증가하는 특징을 보였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 같은 추세는 각국의 경제적 특징이나 정치문화와는 상관이 없었는데, 이는 그 고용시장 변화의 힘이 이런 조건을 극복할 정도로 더욱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 불평등 심화의 배경, 고용시장의 변화 추세
불평등 심화와 노동시장의 수요 변화 추세를 유발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들도 존재하지만, 몇 가지 새로운 추세도 등장하고 있다.
소득 분배의 상층에서는 의사소통의 혁명으로 인해 잘 나가는 사람들이 지역시장에서 글로벌시장으로 판매와 수입의 원천을 확장했다. 또 금융부문 등 특정한 분야는 다른 사람들의 돈을 굴려 행운을 거머쥐는 기회를 찾았다.
그 다음 대학 졸업자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좀 더 신축적인 기술숙력도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했고 이에 따라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출판업자는 컨텐츠를 전 세게로 배포할 수 있게 되었으며 회계사나 건축가들은 자기 지역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고객들도 대응할 수 있는 세상이다.
교수들도 소속 연구소나 대학의 강연보다 매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더 많은 전 세계의 청충들을 만날 수 있다. 더 높은 숙련도를 지닌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한 세대 이상 대학졸업생 수의 증가 속도를 앞질렀고, 소득 증가를 이끈 요인이었다.
소득 분위의 하층에서는 첨단기술의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청소나 노인 돌보는 일에 첨단기술을 사용할 곳은 거의 없다. 그러나 첨단기술은 단순 숙련노동자에 대한 수요를 급격하게 줄어들게 했다.
공장 노동자에서 은행 사무원 그리고 지게차 기사까지 그 동안 단순 숙련노동자들은 선진국 경제성장의 근간이었으나 찬밥 신세가 된 것이다.
자동화된 유통창고에서 지게차 기사로 근무하는 것은 전혀 즐거운 일이 아니게 됐다. 이것이 바로 중간계층의 일자리와 임금 소득의 현실이다.
하지만 조만간 중요한 대선 일정이 오게 되면 선거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이들 중간층이다. 정치인들이라면 이런 대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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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