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신한·하나銀 직원 자녀들 등록금 100% 지원
- 보험·카드·증권사도 전액 지원… 우리銀만 80%
[뉴스핌=한기진 기자] # 올해 서울소재 사립 K대학교 공과대에 입학한 큰 딸을 둔 우리은행 고참 차장 박모(52)씨는 승진을 원하지 않고 있다. 등록금이 비싼 편인 사립대에서도 높은 수준인 이공계를 선택하면서 학기마다 480만원을 등록금으로 내야 하는데 은행에서 지원받게 됐기 때문이다. 전액은 아니지만 380만원을 받게 된 박 차장은 “지점장으로 승진했다가 딸이 졸업하기도 전에 퇴직하는 것보다 낫다”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머지않아 대학에 진학할 고2 딸이 하나 더 있다.
비싼 대학 등록금으로 승진을 기피하는 현상이 금융계에서 더욱 짙어지고 있다. 그 동안 승진을 기피했던 주된 이유인 “회사를 나가면 밥벌이 할 게 없는데….”에, 하나 더 “대학등록금 지원이 파격적인 데 아이들 졸업 전까지 조금 더….”가 추가된 셈이다.. 자녀들 ‘등록금 고지서’를 쳐다보며 승진보다 오래 다니자고 결심하는 금융계 가장(家長)들이 늘어나고 있다.
◆ 명문 해외 대학교 입학해도 전액 지원
은행권과 재벌계열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직원 자녀들의 대학등록금을 100% 지원하고 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 가운데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자녀들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80만원 지원과 등록금의 80% 가운데 큰 금액을 지원한다. 원래는 전액 지원이었다. 가령, 등록금이 400만원이라면 80%에 해당하는 320만원을, 300만원이라면 80% 수준인 240만원보다 많은 280만원이 등록금으로 지원된다.
국민, 신한, 하나, 기업은행은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기업은행은 다만 은행측이 아닌 직원들이 급여에서 일정액수를 떼내 만든 장학상조회비로 등록금 재원을 조달한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이 같은 방식이다. 카드사나 보험사도 전액 지원한다.
교보생명과 삼성화재는 근속 연수가 7년 이상, 대한생명은 10년 이상 돼야 전액 지원한다는 조건이 있다. 증권사는 대부분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는 가운데 몇몇 기업에서만 연간 1000만원 등으로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http://img.newspim.com/content/image/2011/07/06/20110706000077_0.jpg)
하지만 이들 업종은 은행과 달리 근속 연수 제한과 정년이 상대적으로 짧아 혜택을 보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연봉은 최고수준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정년이 긴 롯데 계열 금융사들은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한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정년 퇴임식이 롯데에서는 몇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등록금 지원은 해외 소재 대학 진학 때도 해당한다. 다만 대상 학교들은 정해져 있다. 은행들은 ‘주요’ 대학교, 즉 명문 학교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지원금액은 서로 달라 국민과 우리은행은 주요 사립대의 같은 계열별로 직전 연도 최고금액이 한도다. 신한은행은 대표적 사립 3개 대학의 동일계열 학과 평균이다. 하나은행은 해당 계열 연간 등록금 최고 수준을 넘지 않는 범위 내다.
직원 본인의 학비도 지원한다. 국민은행은 등록금의 50%, 우리은행은 80%까지 지원한다. 방송통신대학교는 100% 대신 내준다. 다만 학점 조건이 있어 직전학기 평균 ‘B’ 이상을 받아야 한다.
◆ 정년 짧아져 실제 지원은 제한적... 회사는 생색
금융사들은 비싼 등록금을 지원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다. 그러나 점차 정년이 짧아 지면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데 일부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의 경우 정년이 58세이지만 대부분 50대 중반전에 관둔다. 임금피크제의 시행 시점인데다 실적이 부진하면 권고사직 당하기 때문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실제 등록금 지원을 받는 직원들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큰 부담이 없는 대신, 생색은 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는 “영업력이 뛰어난 일부 직원은 정년을 마치기 보다 영업력으로 승부하길 원하는 반면, 대다수는 적당한 수준에서 일하면서 복지혜택을 받으며 오래 직장에 남아있는 게 실리가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