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국내증시가 검은 금요일을 맞아 2000선이 붕괴돼 장중 저가로 1920선까지 주저앉아 버렸다. 증시 전문가들의 8월 장미빛 전망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지난 1일 뉴스핌이 8개 증권사 전망치를 집계했을 때의 밴드 평균값(2076P~2246P)은 이미 어긋난 상태다. 특히 8월 지수 밴드의 하단은 전망치를 되새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증시전문가들은 미국 부채한도 증액 협상 타결에 주목하며 글로벌 경기모멘텀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상황은 미국의 더블딥 우려가 제기되면서 급반전했다.
전날까지 코스피는 사흘간 150포인트 넘게 폭락했다. 이날에도 장중 최대 낙폭은 97.80포인트, 4.85%에 달한다.
5일 증시전문가들은 미국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전망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 그리스 추가지원 문제와 미국 부채한도 상향조정 문제 등이 미국 경제라는 핵심 사안을 덮어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그렇다고 미국 경제가 더블딥으로 가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선, 별개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여전히 더블딥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런 상황이 올지는 전혀 짐작도 못했다"며 "미국 경기 하강에 대해 보지 못했다"고 털어났다.
그러면서 "7월 초부터 미국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후 그리스 추가지원 문제가 부각되고 추가지원이 확정된 이후에는 연이어 미국 부채한도 상향조정 이슈가 대두되면서 핵심을 덮어버렸다"고 말했다. 정치적 이벤트성의 이슈에 관심이 쏠리다보니 근본적인 경제의 펀더멘탈 악화를 놓쳤다는 얘기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도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크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시장에서는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미국 경제를 현재 정부가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이 줄어들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에 대한 전망이 빗나갔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의 2차 구제 금융안이 나오고 유럽 시장이 안정화 될 것이라고 봤다"며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대규모 매입, 유럽시장 안정 기금 확대 등 유로존에서 특단의 조치가 안 나와서 더 크게 하락한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상황이 급반전한 이 시점에서 증시전문가들은 지수 전망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일단 며칠 사이에 전망치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곤혹스러워하면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밴드 하단과 관련해선, 1900선이 지지선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재정지출 감축 속도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며 "설사 미국이 더블딥으로 가더라도 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중국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도 "1900선은 깨지지 않을 듯하다"며 "여전히 미국이 더블딥으로 갈 것이라고는 보고 있지 않은 데다 미국의 7월 고용지표 역시 예상치는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저점으로 예상되는 1900선을 지지선으로 예상하고 올해 2250까지는 재차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공조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오는 9일 발표 예정인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떨어진다면, 경기 모멘텀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조용현 하나대투 투자전략팀장은 "밴드 설정은 사실 쉽지 않다"며 "1900선 초반에서 추가 하락도 가능하겠지만, 2170선의 10% 하락한 수준인 1890선 정도에서 기술적인 지지가 나올 것이고 대략적인 박스권으로 봤을 때 상단은 2100선을 본다"고 말했다.
과거 자료에 근거했을 때 월간 기준으로 10% 이상 빠지면 반등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밴드 하단은 1900-1950정도로 예상된다"며 "시장은 패닉성으로 지지선 이탈을 한 상태라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1일 8월 증시 전망에서 가장 낮은 밴드 하단을 제시한 교보증권의 김형렬 투자전략팀장은 "경기모멘텀 약화보다 주식시장의 본질(기업이익)을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이익이 10% 하향조정된다면, 수정EPS를 기준으로 코스피 2000선은 10배 수준, 1900선에 근접할 경우 9.7배 수준"이라며 "2000선 이하에서는 업종 대표주를 중심으로 매수관점을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