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ㆍ주유업계, 유류세에 대한 카드수수료 면제 주장
- 카드사, 형평성 내세워 부정적..고유가 책임전가로 맞서
주유소들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월 대한석유협회장의 유류세에 대한 카드수수료를 인하하거나 면제해야 한다는 발언 이후 한국석유유통협회가 정부에 공식적으로 인하를 건의했고, 최근에는 정부의 압박을 받는 주유소들이 다시 수수료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에 카드사들은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와 인하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고유가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감안할 때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정유ㆍ주유소업계 “카드수수료 줄이면 리터당 15원 인하 효과”
지난 2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회원사인 대한석유협회가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당시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와 경유 등 국내 기름값이 치솟으며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부처 장관들이 정유사의 가격인하를 압박하던 때로, 정유업계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 자리에서 오강현 전 회장이 제시한 해법의 하나가 카드수수료 문제다. 그는 “유류세에 대한 카드수수료를 내리거나 없애면 기름값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8월 4주 현재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938.8원으로, 이 가운데 48%(922.1원)가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등 유류세이다. 따라서 유류세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폐지하면 현재 리터당 30원(1.5%) 수준인 카드 수수료가 15원으로 낮아져 가격인하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정유사 고위 관계자는 “세수확보 차원에서 유류세를 내리기 어렵다면, 유류세에 붙는 수수료만이라도 면제해 가격인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드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은 이후에도 계속돼 3월에는 한국석유유통협회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청화대, 총리실,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주유소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공식 건의했다.
석유유통협회는 “유류세에 대한 카드수수료를 정부가 아닌 주유소와 소비자들이 부담하고 있다”며 “수수료율을 1.5%에서 1%로 0.5% 낮추면 연간 약 2000억원의 소비자 부담 경감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주유소들의 카드 매출액은 42조3000억원으로, 이 중 신용카드사에 낸 카드수수료는 6350억원이다.
이후 잠시 주춤하던 카드수수료 논란은 최근 정부가 대안주유소 도입 및 대형마트주유소 확대 등 주유소를 겨냥한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재점화됐다.
지난달 한국주유소협회의 긴급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 주유소 사장은 “주유소의 마진이 대략 리터당 100원 정도에 불과한데, 카드사들은 앉아서 30원의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다”며 “카드사들도 기름값 안정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의 신용카드 수수료는 정률로 돼 있어 유류가격이 오르면 수수료도 저절로 오르는 구조여서 유가인상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카드사들도 유가안정 노력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수수료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지금도 업계 최저..고유가 떠넘기기”
정유사와 주유소업계의 주장에 대해 카드업계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유소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가 업계 최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형평에 맞지 않는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주유 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에 대해 물품, 용역 등 신용카드 결제시 세금을 포함한 가격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며 “유류세에 대한 수수료 제외는 담배와 주류 등 타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유업계에 대한 수수료율은 가맹점 평균인 2.08%는 물론, 백화점과 할인마트의 1.6~1.8% 보다도 낮다”며 “이미 지난 1983년부터 많은 국민들이 이용하는 점을 고려해 무리하게 낮춰진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세와 지방세에도 가맹점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유업계가 유류세에 대한 수수료 제외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고유가 구조를 카드업계에 전가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름값 급등 때마다 재연..근본 해결책 마련해야
기름값이 급등할 때마다 유류세에 대한 수수료 공방이 되풀이되면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을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고유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해 관계자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소모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나서 교통정리를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정부가 기름값 정책을 펴는데 간과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이다”며 “유류세에 붙는 카드수수료를 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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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