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간 수명이 늘어난 만큼 아름다운 노후 설계를 위해서라도 개인 자산관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개인연금과 함께 보다 중요해진 퇴직연금도 그 중 하나다. 이를 어느 금융회사를 통해, 어떻게 운용하는가가 풍요로운 미래를 담보하기도 한다. 이에 증권업계를 포함해 금융권에서 뜨겁게 달궈지는 퇴직연금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보다 현명한 상품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시장과 상품의 면면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뉴스핌=황의영 기자] 퇴직연금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최근 노후설계가 재테크 화두로 떠오르면서 퇴직연금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퇴직연금이 고령화에 따른 '장수 리스크(오래 사는 위험)'를 대비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노후준비 투자수단으로 부각되면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이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본다. 국민연금에 이어 주식시장에서 새로운 '큰 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 퇴직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증시에 미치는 중단기적인 파급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다.
◆ 국내 증시 '큰 손' 되나…"글쎄"
최근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 2006년 말 기준 8000억원 수준이었던 퇴직연금 규모는 2007년 말 2조 8000억원, 2009년 말 14조원, 지난해 말 29조 1400억원으로 급성장해왔다. 지난 7월 말에는 37조원을 돌파했으며, 올해 말까지 50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아가 업계 전망대로 퇴직연금 규모가 2020년까지 약 200조원으로 확대될 경우 증시로 수조원이 넘는 자금이 흘러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같은 추세는 주식 매수 여력을 높여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박기호 우리투자증권 퇴직연금그룹장은 27일 "막대한 퇴직연금 자금이 금융시장에 투입되면서 증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증시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대부분의 퇴직연금 상품이 원리금 보장형에 편중돼 중단기적으로 증시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기 힘든 만큼 일정부분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퇴직연금에서 예금, 국공채 등에 투자하는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은 92%에 달했다. 반면 주식, 펀드 등 실적 배당형의 비중은 8%에 불과하다. 퇴직연금 규모가 커진다 해도 주식에 투자하는 실적 배당형 비중이 작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현재 국내 퇴직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은 2.7%로, 미국과 호주 등 퇴직연금 선진국들이 50%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퇴직연금 유형 중 확정급여형(DB형)의 적립금 비중이 70%를 차지하는 것도 개선돼야 할 과제다. 김용태 동양종금증권 퇴직연금사업팀장은 "국내 연금 시장은 DB형이 압도적이다. 법인 자금이다 보니 담당자가 안전하게 굴릴 수밖에 없다"며 "DB형 자금은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이어서 증시에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최근 DB형에서 확정기여형(DC형)으로 퇴직연금을 옮기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채권형 펀드에만 투자하다 주식형펀드도 편입할 수 있게 돼서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는 "퇴직연금의 세계적인 추세는 DC형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도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업계 판도 바뀔까
매년 급성장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은행과 보험, 증권 간 자리싸움도 점점 격화되는 분위기다.
아직까지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 중 은행 비중은 독보적이다. 지난 7월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37조 1058억원으로 이 가운데 은행이 48.4%(17조 9429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는 생명보험 26.0%(9조 6598억원), 증권 18.0%(6조 6962억원), 손해보험 7.6%(2조 8035억원) 순이다.
회사별로는 삼성생명이 15.3%의 시장 점유율로 압도적인 상황이며, 국민은행(9.4%)과 신한은행(8.8%), 우리은행(8.7%), 기업은행(6.0%) 등 은행이 뒤를 잇는다. 증권사 중에선 HMC투자증권이 5.2%를 차지했고 그 외 미래에셋증권(3.4%), 하이투자증권(1.8%), 삼성증권(1.7%), 한국투자증권(1.5%) 등이 1%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 보험, 증권 순으로 이어지는 시장 구도가 당분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용주 하이투자증권 퇴직연금운용 팀장은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는 것과 비례해 은행권의 규모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여신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이 많고 전국적인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에서 상품 운용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개인퇴직계좌(IRA) 시장이 커지게 될 것"며 "이에 펀드시장 수요가 많아지면서 증권사의 시장 규모도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퇴직연금 시장의 몸집이 커지면서 시장 규모가 큰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노용우 대우증권 퇴직연금사업추진부 부장은 "대형사 위주로 구도가 짜여질 것"이라며 "퇴직연금 사업은 리테일 등 다른 사업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회사의 역량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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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황의영 기자 (ape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