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들 '모시기' 진풍경
[뉴스핌=이은지 기자] 국내 '패스트 패션'시장을 외국 유수 SPA브랜드들이 무서운 속도로 지배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빨리 파악해 의류 상품을 기획, 생산, 유통, 판매를 한 회사가 진행하는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제조자 판매 의류전문점)브랜드를 업계에서는 패스트 패션으로 통칭한다. 속도가 생명이라는 의미에서다.
자라(스페인), 유니클로(일본), H&M (스웨덴)등 글로벌 3대 SPA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을 사실상 호령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들은 도심 랜드마크 곳곳에 대규모 단독매장들을 세우고 유동인구들의 눈길을 붙잡고 있다. 빠르게는 2주일 단위로 신제품을 내놓으니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에 인기가 많다.
지난 19일 오후 7시,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길 건너편에 위치한 H&M과 유니클로 단독매장도 사람들로 분주했다.
특히 H&M의 경우 지난달 첫 오픈 시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이 400여명 이상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는 게 판매 직원의 설명이다. 이날도 1000㎡(약 300여평) 3층에 달하는 매장 전체가 사람들로 북적댔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2005년 국내에 진출한 유니클로는 2006년 300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2500억원까지 증가했다. 2008년 한국에 들어온 자라의 지난해 매출액은 1338억원으로 두 브랜드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3%, 67.4% 증가한 것.
지난해 진출한 H&M도 첫 해 매출액이 400억원을 돌파하며 단일 브랜드로서는 단연 독보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를 대변하듯 삼성경제연구소는 3대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매출액이 지난 5년간 77%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같은 기간 국내 패션업계의 매출액 성장률은 4.7%에 그쳤다.
이러한 SPA브랜드들의 급성장은 단독매장 위주의 브랜드 전략까지 뒤 바꿔 놓았다.
일단 돈이 되다보니 백화점 업체들도 저마다 러브콜을 보내며 SPA 브랜드 모시기에 나선 것. 최근 리모델링 후 재개장한 신세계 백화점 인천점의 경우 H&M을 위해 2315m²(700평)의 공간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다.
아이파크백화점 용산점도 역시 유니클로를 위해 2380m²(700평), 국내 최대규모의 공간을 할애했다. 유니클로는 이미 지난해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에 매장을 내며 2층 한층 전체최대매장(2300㎡, 696평)을 차지한 바 있다.
이들 백화점 들은 백화점 입점 수수료를 깎아주면서 까지 SPA브랜드 유치에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SPA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향후 더욱 높아지고 이는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의 입점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SPA브랜드의 위세는 더욱 강화되는 선순환 추세를 형성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산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외형 성장세가 둔화되며 성숙기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따라서 국내 의류소비시장의 침체에도 불구,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국내 업체들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0년을 기점으로 국내 브랜드들의 시장 점유율은 50% 미만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제한적인 내수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해외 패션 브랜드의 국내 진출은 패션업계의 경쟁을 심화 시키고 국내 업체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국내 패션 업체들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진설명: H&M 압구정점 매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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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