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기부금으로 이자 마련…대학생 약 20만명 혜택
[뉴스핌=최영수 기자] 외환은행 노동조합가 21일 '대학등록금 무이자 대출'이라는 깜짝카드를 선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외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간담회를 열고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과 반 월가 시위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대학생 등록금 무이자 대출'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른바 '미친 등록금', '미친 생활비'가 대학생과 학부모를 거리로 내몰고 있다"면서 "외환은행이 대학등록금에 힘들어하는 대학생과 학부모님들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측이 제안한 무이자 대출 방식은 이렇다. 내년부터 매학기 1000억원씩 5년 동안 총 1조원을 조달해 대학생들에게 무이자로 대출을 해 주겠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보면 무이자대출은 아니다. 외환은행이 대출재원을 마련하고 외환은행 직원들이 조성한 기부금에 은행 수익의 일부를 더해 이자를 대신 납입해 주는 구조다.
노조측은 재원조달 비용을 약 5%로 가정할 때 연간 100억원, 5년간 300억원 내외의 조달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직원들이 매월 급여의 일부를 자발적으로 기부해 연간 40억원(1인당 평균 50만원), 5년간 총 200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100억원 가량은 은행이 보조하면 무리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출대상은 소득 하위계층 7분위 이내에 대해 학점과는 상관없이 무이자로 대출해 줄 계획이다. 원금 상환은 대학 졸업 1년후 분할상환하면 된다.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약 20만명(1회 대출기준)의 대학생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무이자 대출방식은 현재 한국장학재단이 최고 4.9%의 이자로 학점 제한을 두어 대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획기적인 방안이다. 특히 금융권이 금기시 해 오고 있는 '무이자' 상품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금융권에 큰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외환은행 김기철 노조위원장은 "오늘날 금융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에는 불신과 오해가 존재한다"면서 "금융권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착한은행'이 되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그는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이제 우리나라를 떠나게 됐다"면서 "이같은 방안을 경영진에 제안해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관계자는 "무이자 대출로 등록금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아직 은행측과 합의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자금을 지원할 때는 합리성과 실수요를 따져보고 돈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살인적인 등록금에 힘겨워 하는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무이자로 지원해 주겠다는 외환은행의 노조의 아름다운 제안이 '탐욕'의 주체로 비판받고 있는 금융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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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 트위터(@ys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