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곽도흔 기자] 정부가 구제역 파동이후 국산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이를 안정시키기 적용했던 수입 돼지고기에 대한 할당관세가 역풍을 맞고 있다.
할당관세로 인해 수입 돼지고기의 수입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돼지고기 가격이 최근 폭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국내 대형마트업체들에 따르면 수입 돼지고기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구제역의 여파로 올해 수입 돼지고기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 할인점 돼지고기 매출 중 수입산 비율이 30% 선까지 급증했다.
홈플러스에서 올해 1~9월 수입 돼지고기 매출 비율은 지난해 13%에서 30%로 껑충 뛰었다. 수입 돈육 매출은 올들어 작년보다 250% 폭등했고 판매 물량으로는 수입 제품 비율이 35%까지 올랐다.
이마트에서도 수입 돼지고기의 비율이 11.2%로 작년(1.1%)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삼겹살만 보면 수입 물량이 18.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도 수입 돼지고기의 매출 비중이 작년에는 3%였으나 올해에는 10%까지 상승해 수입 돈육의 매출 성장률이 320%로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수입 돈육 매출 비율이 20∼30%선까지 높아진 것은 작년 말부터 올봄까지 지속된 구제역으로 국산 돼지가 무더기 도살 처분되면서 공급이 부족해지자 벨기에와 캐나다 등 외국산 물량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산 돼지고기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으로 110㎏ 돼지 산지 가격은 34만200원 정도로 9월 평균보다 17% 하락했다.
지난 6월 산지가격이 58만1000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41% 하락한 수준으로 올 들어 최저치다.
삼겹살 가격(500g 기준)이 지난해 평균 8315원에서 올 3월 9499원, 6월 1만2300원, 8월 1만759원으로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한두 달 만에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최근 돼지고기 가격 하락에 대해 구제역 매몰처리 이후 재입식 농가가 증가하면서 돼지고기 출하가 늘어났고 정부가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해 외국산 수입 돼지고기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 8월 국산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수입 돼지고기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원래 6월말에서 올해 말까지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9월까지의 수입량에 대해서는 물량제한 없이 모두 관세가 면제됐고 올해 말까지 총 13만톤에 대해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농산물에 이어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를 적용해 축산종사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열린 경제분야 국회대정부 질문에서 물가인하를 위한 농산물 가격 안정 정책이 농민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배추 등에 할당관세를 적용한 것에 대해 농민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정부 이용재 물가정책과장은 “여름 휴가철이 끝나고 돼지고기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수입 할당관세 물량을 조절하면 되기 때문에 할당관세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국내 돼지고기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해 농식품부와 협의해서 수입 돼지고기 할당물량을 업체에 배정해주는데 국내 돼지고기 공급이 충분하면 물량 배정을 안 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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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