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장관 '기상악화' 탓, 할당관세는 '역효과'만
[뉴스핌=곽도흔 기자]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물가관계장관회의(이하 물가회의)가 이런저런 사정을 들어 연이어 연기되면서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가 다소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7일 열릴 예정이었던 물가회의가 이날 오전 열린 국회 재정위원회 전체회의 관계로 다음 주로 연기됐다. 더욱이 다음 주로 연기되면서 회의도 장관급에서 차관급 회의로 한 단계 낮아졌다.
지난주인 18일에 열렸던 물가회의도 박재완 장관이 브라질 재무장관회의로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재정부 신제윤 1차관이 주재하는 차관급 회의로 열렸다.
이날 기자들에게 공개된 모두발언과 회의 시작분위기를 보면 회의 내용도 '물가여건이 어렵다,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상투적 표현 외에는 별 다른 것이 없고 한 차관급 공무원은 회의 시작후에에야 입장하는 등 참석자들에게도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앞서 9월23일에도 물가회의가 차관급으로 열렸다.
이는 1월~7월까지 소비자물가가 4%를 넘기고 급기야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5.3% 상승하는 등 고공행진을 당시 심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사실 정부도 물가 대책의 어려움을 예전부터 호소해 왔다. 수많은 물가 대책을 세웠지만 별 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결국 국민들에게 물가 잡는 아이디어를 공개 모집하기도 했다.
박재완 장관은 지난 9월1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물가회의에서는 “5% 대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농수산물 가격이 오른 탓이 크다”며 “장기간 집중호우로 인한 기상악화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하지만 농수산물 가격이 점차 정상화될 경우, 9월 이후에는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풀어 얘기하면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기상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매주 경제관련 부처 장관들이 바쁜 와중에 모여 물가 해결 대책에 시간과 정력을 쏟았지만 결국 해결책은 시간이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 회의와 지방 현장, 해외 출장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장관들이 모이기보다는 회의를 차라리 차관급으로 낮춰 매주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27일 한국투자증권은 10월 소비자물가가 3.8%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3%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민규 이코노미스트는 물가하락 요인으로 계절적인 요인이 큰 농축산물의 가격하락을 꼽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국산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한 것도 물가회의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물가회의에서 할당관세 정책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손쉽게 꺼내 사용해왔다. 어떤 품목의 가격이 오르면 그 품목의 수입 할당관세를 낮춰서 대응하는 식이었다.
결국 할당관세 적용을 받아 수입 돼지고기들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수입이 크게 늘었고 국내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국산 돼지고기마저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현실화된 것이다.
박재완 장관도 할당관세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나타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그는 “서민물가를 안정시키고자 일부 수입 농수축산물에 적용한 할당관세 정책의 효과가 미미하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돼지고기, 치즈 등에 할당관세를 도입했지만 일부 품목의 경우 시장에 수입 물량이 방출되지 않고 창고에 쌓여 있는 등 할당관세 효과가 실제 소비자들에게 이어지지 않았다”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박 장관은 “물가 인하를 위해 배추 등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농민들에게 피해를 준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은 “정부는 아직도 물가상승 압력이 계속되고 있고 관리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장관급 회의를 차관급으로 한 단계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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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