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과거 톱모델이 대거 기용되며 '별들의 전쟁'을 방불케 했던 아파트 CF가 변화하고 있다. 모델들이 사라진 자리에 회사의 아파트 철학과 감성을 넣는 CF가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대중들이 구별하기 어려운 요소들만 나열한 CF가 쏟아지면서 과거와 같은 브랜드 이미지의 명확성을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파트 CF는 지난 2000년대 초반 국내 최초로 아파트 자체브랜드를 론칭한 삼성물산 래미안에서부터 시작했다. 삼성물산은 당시 드라마 '허준'을 통해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황수정씨를 모델로 기용하며 새롭게 만든 브랜드를 알렸다.
이어 아파트 브랜드를 론칭한 대림산업의 'e-편한 세상'은 역시 톱스타인 배우 채시라씨를 브랜드 CF모델로 영입했으며, 이보다 늦게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론칭한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 GS건설은 각각 김남주씨와 장동건씨, 이영애씨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아파트 브랜드 CF 전쟁이 본격화 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아파트 모델이 톱스타의 충분조건으로 인식되면서 연예인들도 아파트 브랜드 모델 섭외를 위해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실제로 후발 아파트 브랜드들도 김희선, 이미숙, 김희애, 고소영, 배용준, 이미연, 김명민, 김태희 등 당대 톱스타들을 모델로 섭외하면서 아파트 모델시장은 광고업계에게도 최고의 CF시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아파트 브랜드 마케팅이 10년차를 넘어가면서 과거만큼 톱모델 기용이 필요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약 10년간의 광고CF와 아파트 분양에 따라 래미안, 자이, 푸르지오, 더샵, 위브 등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가 충분히 시장에서 알려졌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톱모델에 의존할 경우 해당 모델의 이미지가 변화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래미안의 경우 배우 황수정이 래미안 이미지 론칭에 큰 도움이 됐지만 2001년 히로뽕 투약혐의로 구속 되면서 회사측을 당혹하게 만들었던 바 있다.
또한 톱모델의 경우 주로 편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CF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톱모델 기용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실제로 대우푸르지오 초기 모델인 김남주씨는 드라마에서 높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푸르지오 모델에 기용됐으나 이후 5~6년간 영화 1~2편에만 출연하는 등 작품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CF만 찍었던 바 있다. 또 이영애, 배용준 등 다른 톱모델들도 이 같은 행적은 유사하다.
이 경우 톱모델의 인지도 상승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인지도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건설사들이 비싼 돈을 들여 모델을 기용하는 것을 꺼리게 한 원인이 됐다.
한 대형건설사 관게자는 "브랜드 모델이 열심히 연예계 활동을 하면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도 무형적인 도움이 되는데 톱모델들은 CF만 하고, 드라마 등 힘든 다른 작품 활동은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큰 돈을 들여 톱모델을 기용하는 효과가 반감되는 만큼 굳이 톱모델을 기용할 필요가 있느냐하는 회의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톱모델의 인지도에 기대 아파트 브랜드를 홍보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아파트 광고시장에서 벌어졌던 '별들의 전쟁'도 서서히 마감돼가고 있다. 여기에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아파트 브랜드 마케팅에 열을 올렸던 주택전문 중견건설사들이 잇따라 광고시장에서 물러난 것도 아파트 광고 시장이 사양길에 접어든 원인이다.
현재 시도되고 있는 광고는 주로 아파트의 건설철학이나 브랜드가 지향하는 상을 비추는 쪽으로 제작되고 있다. 대림산업 e-편한세상 CF의 경우 어린이집을 모토로 해 대림산업의 건설 철학을 담았으며 대우건설 푸르지오 CF는 자연주의를 담은 서정적인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또 포스코건설도 9년 만에 모델 장동건씨와 결별하고 '아파트를 넘어 도시를 짓다'라는 내용을 모토로 CF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아파트CF의 '無모델 CF'는 브랜드의 주체성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과거에는 채시라를 보면 대림e-편한세상을, 그리고 김태희를 보면 대우푸르지오를 떠올렸지만 이젠 그런 구별요소가 없어진 셈이라 과거 만큼 광고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아파트의 건설철학이라는게 일반 대중들이 느낄 수 있을 만큼 차별적일 수가 없다"며 "모든 아파트 브랜드가 자연주의에 웰빙, 첨단을 내세우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강조해봐야 CF를 보는 시청자들은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브랜드와는 달리 중견건설사들은 여전히 톱모델을 기용하고 있다. 최근 브랜드 CF를 새로 론칭한 서희건설의 경우 인기 배우 한고은씨를 메인 모델로 기용하고 서희건설 오너 이봉관 회장의 손녀들을 출연시킨 '이 진사댁 셋째딸'이란 광고를 시작해 관심을 끌었다.
서희건설 브랜드 CF의 경우 오너의 손녀들이 나왔다는 점도 관심을 유발했지만 무엇보다 한고은이라는 이름이 알려진 모델이 CF에 나왔다는게 더 큰 효과를 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직 브랜드가 제대로 인지되지 못한 중견 건설사 브랜드의 경우 결국 톱모델을 기용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無모델 CF는 차별성이 떨어지는 만큼 전반적으로 아파트 CF는 과거와 같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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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