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근 국채 시장의 급등락을 불러온 주범이 ‘기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채 시장의 급등락에 잔뜩 겁을 먹은 트레이더가 거래에서 발을 빼는 사이 시스템이 영향력을 높이면서 가격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식시장처럼 매수와 매도 조건에 맞춰 프로그램을 설정, 그에 따라 반자동적으로 매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하지 않는 컴퓨터 '알고리즘' 거래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왜곡될 소지가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5일(현지시간) 노무라에 따르면 장기 투자자들이 국채 운용을 축소하면서 시스템에 의존한 거래가 크게 늘어났다.
유로존의 부채위기가 시장 불확실성을 크게 높인 데다 미국의 거시경제 역시 불확실함에 따라 채권시장의 중장기 전망이 지극히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시장 유동성이 크게 축소되면서 가격 급등락은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적극적인 채권 거래를 꺼리는 모습이다.
일부 가치투자자들이 국채 투자를 지속할 뿐 ‘리얼 머니’(Real Money)를 굴리는 투자자들이 대부분 발을 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때문에 매수와 매도 가격 및 매매 타이밍이 사전에 프로그램에 입력된 시스템 거래가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처럼 프로그램 매수와 매도가 시장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M&N 트레이딩의 앤서니 라자라 트레이더는 “사람이 빠진 자리를 기계가 차지, 서로 먹고 먹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며 “최근 국채 가격은 기계가 결정한다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시스템에 의한 거래 비중을 정확히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투자자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정황이 상당수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CRT 캐피탈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국채 시장 현금 거래의 10일 이동 평균치는 1130억달러로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시스템 거래가 중점을 두는 국채 선물 거래는 늘어나는 추세다. 10년물 국채 선물 거래가 무려 13.0% 급증했다.
이 같은 국채 시장의 '선수 교체'는 시장에 남은 가치투자자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추종 매매에 중점을 두는 시스템 거래의 특성상 가격 급등락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노무라의 조지 곤칼브스 채권 전략가는 “시스템 비중이 확대되면서 채권 시장은 경제 펀더멘털이 아닌 모멘텀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