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유동성 위기, 백의종군으로 기업 살려
[뉴스핌=배군득 기자] 나이 50세를 일컫는 '지천명(知天命)’은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 뜻이다.
올해 지천명이 된 박병엽 부회장은 팬택을 경영함에 있어서도 완숙미가 묻어났다. 창업 15년 만에 찾아온 위기를 굳은 의지와 결단력 그리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5년 만에 팬택을 IMD (Intelligent Mobile Device) 전문 제조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 2005년부터 전세계에 불어 닥친 모토로라 ‘레이저폰’의 세계적인 히트는 팬택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2006년 말 창업 15년 만에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다.
팬택의 장밋빛 성장가도에 먹구름이 몰려 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부터다. 노키아, 모토로라 등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과 과도한 정면 승부가 화근을 낳았다.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2000억원 이상의 비용까지 투입했지만 실패로 돌아섰다.
내수 시장 확장 정책 역시 SK텔레텍 인수라는 무리수를 뒀지만 내수 판매부진으로 인해 2006년 큰 폭의 적자에 내몰렸다. 당시 팬택은 직원의 3분의 1을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이처럼 위기가 닥치자 박병엽 부회장은 팬택의 기업가치, 기술력과 구성원의 의지가 담긴 회생플랜을 가지고 전국 채권자들에게 호소했다. 창업주로서 모든 권리와 약 4000억원의 지분까지 포기했다.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박 부회장의 노력은 채권자들의 마음을 얻었고 대한민국 산업사에 유례가 없는 99.96%의 제 1금융권은 물론, 모든 채권자 동의를 이끌어내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다.
이 같은 기업개선작업은 ‘최초’와 ‘혁신’ 사례를 잇달아 남기며 현재까지도 대한민국 기업 구조조정 역사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특히 5년 동안 성공적인 체질 개선에는 박 부회장의 헌신적인 노력과 리더십이 한 몫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박 부회장은 “창업자로서 내가 시작한 회사”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것은 그가 팬택에 대해 갖는 주인의식이자 책임감의 표현이다.
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한 후 그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앞장서서 일했다. 비행시간 외에는 눈 붙일 시간조차 없는 무박 3일 해외출장도 마다하지 않았고 주말도 없이 매일 같이 회사에 출근했다.
휴일도 반납한 채 주말에도 자리를 지키고 일하는 직원들을 한데 모아 자장면으로 점심을 같이하는 일화는 유명하다.
뼈를 깎는 헌신으로 팬택의 부활을 이끌어온 박 부회장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 채권단은 기업개선작업 중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팬택 전체 발행주식의 10%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만큰 박 부회장이 최고경영자로서 보여준 역량과 역할을 다른 어떤 경영적 요소보다 높게 평가 받은 결과인 셈이다.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박 부회장은 팬택 경영전략에도 대대적으로 손을 댔다. 팬택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며 국내에서는 시장의 변화를 예측한 다양한 3G폰 출시로 내수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해 나갔다.
박 부회장은 “현재는 글로벌 IT산업의 위기 속에서 팬택을 살려 내는 일이 급선무”라며 “다시 태어나면 단 하루라도 경쟁이라는 것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팬택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결정할 만큼 지금껏 달려온 20년은 혹독했다”며 “회사 성장만을 위해 헌신한 부분이 팬택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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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배군득 기자 (lob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