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민정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힘의 추가 기울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소비자 물가를 3% 초반에서 잡겠다"고 선언한터라 물가 관리 최전선에 있는 한은은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런 상황에 유럽발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기준금리를 섣불리 내리지도 올리지도 없는 처지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동결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이날 금통위 결과보다는 김중수 한은 총재의 '입'에 더 주목하고 있다. 금리 인상 의지를 내비치는 이른바 '매파'적 발언이 나오느냐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지난해에 비해 약해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특히 1월 중에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미국 지표가 좋지 않았던 지난해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는데 지표가 예상치를 웃도는 지금에 와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는 논리가 약해졌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그 시기를 2월이나 3월로 보고 있다"며 "2~4월에 유럽 국가들의 채권 만기가 많아 그것이 확인돼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흥경제권에서 실질금리(정책금리-소비자물가)가 플러스인 국가들은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있는 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국가들은 금리인하를 쉽게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물가가 높아 1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가 시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2011년 초 물가가 급등했던 기저효과로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면서 한국의 실질금리 마이너스 폭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여기에 월말 경기지표에서 경기둔화가 확인될 것으로 보여 1월 금통위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지만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기준금리 인상이 아니더라도 지급준비율 인상이나 총액대출한도 축소 등의 ‘깜짝’ 긴축이 단행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유재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통령과 정부가 물가 안정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했고 한은이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키로 결정했으며, 선거전 물가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상치 못한 시점에 긴축이 갑작스레 단행될 수 있음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 인상이 아니더라도 지급준비율 인상이나 대출 축소 등 긴축 조치가 나타난다면 이는 시장 절반이 예상하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거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의 금리 인상을 가로막았던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연일 심리적 지지선인 7%를 상회하고 프랑스의 국가 신용 등급도 하향될 위협을 받고 있다. 오는 2~4월에 유로존 국가들의 상당수 채권 만기가 도래하는 점 역시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
소비자물가도 지난해 12월 4.2% 올라, 다소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연간 4%를 웃도는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지난해 물가가 워낙 높았던 탓에 올해 물가는 기저효과로 수치상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물가상승 압력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래저래 한은의 입장에서 금리를 인상이든 인하이든 한 방향으로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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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thesaja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