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자나 깨나 국제유가 걱정에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재정부 내 경제정책국에 설치된 ‘비상경제상황실’은 북한 사태가 수그러들면서 상시체제로 전환을 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유로존 재정위기 파고가 다시 덮치고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비상경제상황실’은 현판이 유지된 상황에서 ‘비상국제유가상황실’로 성격이 이미 바뀐 상태이다.
◆ 재정부 국제유가 급등에 촉각, ‘비상국제유가상황실’ 운용
8일 기획재정부의 주형환 차관보는 “국내 경기나 물가 등 경제상황에서 최대의 걸림돌은 국제유가”라며 “경기 상황은 혼조 국면이지만 국제유가 급등세가 이어져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 차관보는 “국제유가 급등은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일부 미국 등의 경기회복까지 더해지면서 투기수요가 붙어 있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사태와 북미쪽 한파 등으로 수급 문제도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유로존 재정위기의 해결법을 찾고 글로벌 전염을 막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원확충 요청 등 글로벌 공조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로존 재정위기는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ECB), 그리고 IMF 등이 해법을 마련하는 와중이고 국내에 미치는 파장은 직접적인 영향은 국제유가보다는 덜 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유럽에 대한 수출 비중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고 중국이 아직은 8% 수준의 경제성장세를 보이며 버텨주고 있다. 또 유럽에 대한 직접적인 금융리스크 역시 노출도가 크지 않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사정이 다르다. 국내 자원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산업이나 가계 등 경제 전 부문이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과 연동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급등은 당장 휘발유값을 리터당 2000원 이상으로 끌어 올리면서 가계 부담은 물론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각종 공업제품의 가격을 인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서민경제와 물가안정에 최대의 복병으로 떠오른 상태이다.
◆ 이란 사태 진정? 국제유가 고공행진 지속
국제유가에 공급충격을 주고 있는 이란 사태는 핵개발 문제로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이란에 대한 금융거래 제한 등의 제재 방침이 실행되고 있다. 추가 제재안이 미국 의회에서 나올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 상태이다.
이란의 총선거가 끝난 상황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문제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이란이 이를 수용한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모처럼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면서 원유 재고 증가세가 완만해졌다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발표가 나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새로운 양적완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급반등했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경질유(WTI) 4월물은 배럴당 104.70달러로 전날보다 2.02달러, 1.9% 하락, 지난달 중순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1.5% 떨어진 배럴당 121.98달러로 마쳤다.
그러나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경질유(WTI) 4월물은 전날보다 1.39%, 1.46달러 오른 배럴당 106.16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도 1.70달러, 1.4% 오르며 배럴당 123.68달러에 거래선을 형성했다.
특히 국내 원유수입의 87%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여전히 배럴당 120달러 이상의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121.65달러로 전날보다 0.56달러가 올랐가 7일에는 배럴당 0.90달러 내린 120.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선물거래 이후 그 요인들을 반영해 하루 늦게 시차를 두고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다시 오름세를 보일 공산이 크다.
◆ 재정부 이란 사태가 다가 아니다. 국내 대응책 긴밀 검토
이런 상황을 고려해 재정부는 이란 사태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ECB의 대규모 양적완화나 장기대출 프로그램 시행, 일본과 중국 등의 양적 완화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투기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재정부의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은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최우선 과제는 국제유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란 사태가 다소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국제유가 상승세가 꺾일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염려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이 올해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이어서 물가 부담은 물론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대한 정부의 경기나 물가, 서민생활 등에 미치는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현오석 원장은 “올해는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다소 나빠져 국제유가도 원유수요가 줄면서 작년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봤다”며 “그렇지만 작년 배럴당 106달러보다 더 올라가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어 성장률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의 주형환 차관보는 “우리나라가 대부분 수입하는 두바이산 원유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게 되면 공공기관 자동차 5부제 운행 등 컨틴전시플랜을 작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 차관보는 “국제유가 상승분보다 국내유가 상승이 더 심한 상태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국내 정유업계가 독과점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알뜰주유소 확산 등을 통해 좀더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안을 찾아 서민부담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로 급등하면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가동, 서민들한테 우선적으로 선별적인 지원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한단계 더 나아가 탄력세율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그 만큼 국제유가 상승에 대해 비상한 관심과 더불어 파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박재완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두바이산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유류세 인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만약 배럴당 130달러로 간다고 하면 서민층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선별적 방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지만 박장관은 전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친구들과의 대담'에서 유류세 인하 질문에 대해 “국제유가가 130달러가 되면 여러가지 조치 중에서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최우선 순위로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상황을 봐 가면서 유류세의 탄력세율을 낮추는 문제를 심층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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