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이계 각자도생으로는 정치세력화 한계 명확
- 구심점 없는 친이
- '非정치' 이명박 + 실패한 경제대통령
- 대선·총선의 뒤바뀐 순서
[뉴스핌=노희준 기자] 새누리당 4·11 총선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은 4년 전 18대 총선의 '친박(박근혜)연대'처럼 조직화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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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3일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환담을 갖고 있는 모습. [사진: 청와대 사진공동취재단] |
14일 현재 지금까지 진행된 새누리당의 공천결과를 '친이 공천 학살'이라며 주장하던 친이계 의원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나서고 있지만 '친박연대'와 같은 세력화는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친이계인 허천(춘천), 이윤성(인천 남동갑), 전여옥(서울 영등포갑) 의원이 탈당까지 했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친이계 전반으로는 확산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우선 친이계 '탈당 러시'는 지난 12일 김무성 의원이 당에 남아 '백의종군'하기로 선언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홍사덕 의원의 종로 전략공천 이후 거취를 고심하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19대 국회의원 총선출마를 접기로 했다"며 총선불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 공천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던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까지 진수희, 권택기 의원 의원의 탈당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을 '친박 학살 공천'이라며 '친박연대'라는 사상 초유의 정당을 만들면서 일사불란한 행동에 나선 친박근혜 정치인들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 미래권력(朴) : '지는 해'(李) = 구심점 있는 친박 : 구심점 없는 친이
이렇게 '탈당'과 '잔류' 등 각개약진에 나서고 있는 친이계가 친박계와 같은 질서정연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첫째 친이계에 뚜렷한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08년 총선이나 2012년 총선에서 '미래권력'의 위상으로 뚜렷한 중심을 잡았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지는 해'에 불과하다. 친이계는 이제 비빌 언덕으로 이 대통령이 아닌 제3자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제하에서 유력한 잠재적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은 정당으로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다. 대선 후보가 없을 경우 열성적 추종자를 보유한 전임 대통령의 후광이라도 받아야 지지를 유지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보편적인 현상인데 JP(김종필)의 정계은퇴 이후 한나라당으로 흡수당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사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후자의 대표적 사례로는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었던 가운데 노무현·김대중 대통령의 '유훈통치'라는 비판을 받았던 통합민주당 이전의 민주당에 해당된다.
최근 잠재적 대권 후보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에 대한 보수세력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이유도 사실 미래권력이라는 구심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결정적인 것(차이)은 18대에는 박근혜라는 구심점이 있었지만, 친이계는 잠재적인 유력한 대권 후보군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향수의 대상 故 노무현 VS '非 정치인' 이명박
물론 단임제 하에서 '지는 해'일 수밖에 없는 대통령도 하나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대통령 개인의 매력 등으로 강력한 소수의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경우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노(노무현) 세력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는 '비극적 최후'가 감안돼야 한다. 하지만 그는 지역주의에 맞선 '바보 노무현' 등의 이미지로 친노 세력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조직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긍정적인 매력보다는 '불통'이나 '실패한 경제대통령' 등의 이미지가 강하다. 지난 4년간의 집권 기간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정권말 레임덕 등의 영향으로 지지율도 높지 않다.
이택수 리얼미터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서거했고 현직대통령도 아니기 때문에 향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될 당시의 성공했던 기업인과 시장의 이미지가 임기 4년 동안 많이 퇴색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25~30% 지지율은 개인적인 이미지가 지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정치적인 부분보다는 '행정적인 차원'에서 국정운영을 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이계를 정치적으로 묶을만한 정치적 자원이 이 대통령에게는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최근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밀월 관계'를 모색하는 기류도 친이계의 구심점을 흐트러트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열린 '대통령과 편집ㆍ보도국장 토론회'에서 "박 위원장을 유능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퇴임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이 대통령의 전략적 판단일 수 있지만, 친이계에는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대선, 총선의 뒤바뀐 순서…2008년 VS 2012년
일각에선 지난 2008년과 2012년의 우연적인 정치 일정도 일사불란하지 못한 친이계의 움직임과 관련돼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지난 2008년에는 총선이 대선(2007년) 이후에 치뤄졌다. 하지만 올해 정치일정은 정반대다. 총선이 대선보다 먼저 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선거는 2007년 대선이었다. 때문에 2008년 총선은 '전망적 투표'의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올해 정치일정은 총선(4월)이 대선(12월)보다 먼저 치러진다. 때문에 총선에선 정권심판론과 같은 '책임추궁적 투표 경향'과 '회고적 투표' 경향이 커진다. 물론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려는 새누리당의 전략이 이를 제어하는 요인이긴 하지만, 회고적 투표 경향을 부정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더불어 박 비대위원장이 공천과정에서 진수희· 신지오· 진성호 의원 등 친이계의 '수족'은 잘라냈지만, 이재오 의원 등 수장급 의원에게는 공천권을 줘 친이계의 대규모 이탈 움직임은 사전에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그간 우리나라 선거는 큰 정당들이 공천 때마다 갈등을 겪고 그때 배제된 세력이 독자적 정당을 만들거나 당 안팎에서 독립된 세력으로 기능했다"면서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그런 이탈 경향 내지 분파화 경향이 예년보다 매우 파괴력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친이계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무소속 연대나 '국민생각'과의 신당 창당, 자유선진당과의 연합·연대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이계의 세력화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친이가 탈당해 성공하기 위한 두가지 조건이 있다. 공천이 유권자가 볼 때 공정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구심점이 있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 첫번째 조건은 갖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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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