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재고 영향" VS 정부 "유통구조 개선"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5일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방문해 주류코너를 둘러보며 FTA 체결로 인한 가격인하 효과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유통업계는 한미FTA 효과가 아직 실감나지 않는 이유는 재고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유통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개선점을 찾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및 킴스클럽 강남점을 방문해 EU나 미국과의 FTA 체결효과를 집중 점검했다.
이는 그동안 칠레 및 EU와 FTA를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주장해 온 가격인하 효과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지난달 발효된 한미FTA마저 효과가 미진할 경우 재협상 여론이 다시 확산될 것을 우려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원장이 직접 나선 이번 점검에서는 EU에서 수입되는 소형가전과 위스키, 그리고 미국에서 수입되는 과일과 식품, 가전제품을 중점 점검했다.
점검결과 미국산 과일 및 식품 가격이 일부 인하됐을 뿐 대체로 가격인하 효과가 미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인하 효과를 유통업자들이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 유통업계 "재고 소진기간 필요해"
이같은 지적에 대해 유통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미FTA의 경우 발효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고가 상당부분 남아있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와인은 관세가 즉시 철폐됐지만, 위스키는 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인하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체감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위스키 가격은 공급사와 협력이 필요한데,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현재는 가격을 내릴 여지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소형가전제품의 경우도 중국산 제품은 관세인하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FTA 효과를 실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소형가전제품은 중국산 제품이 대부분인데 관세인하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실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공정위 "유통업자 불공정행위 점검하겠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유통구조 자체의 문제점을 점검해 개선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통업자들의 불공정행위를 철저히 점검해 소비자들이 FTA 효과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5일 현장점검에서 "FTA 체결로 인한 관세인하 효과가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FTA 발효로 인해 유통채널에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면서 "과감하고 순발력있게 가격을 인하하는 게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도 유통구조에 문제점이 없는지 조사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일부 인기가 많은 고급 제품의 수입업체 및 판매업체들이 관세 인하분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내부 이익으로 흡수하는지 여부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세 철폐 품목을 대상으로 유통과정에서 불공정거래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도 조사해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확인되면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부 가전 소형제품이나 음료 등 가격인하가 미진한 품목에 대해서는 유통단계에서 구조개선의 여부가 있는지, 시장지배적 남용행위는 없는지 등 구체적으로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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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영수·손희정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