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후 2년간 취업제한…현대판 "노예문서" 볼멘소리
[뉴스핌=노종빈 기자] 금융감독원의 20대 후반~30대 초반 직원들의 사기가 땅바닥에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입법, 시행되고 있는 '공직자 윤리법'에서 금감원 4급 이상 직원들의 경우 퇴직후 2년간 재취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 30대 초반, 유관기관 재취업 2년간 제한
현행 공직자 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직원들은 모두 재산공개와 함께 금감원을 그만두면 2년간 국내 상장사는 물론 업무상 관련있는 외감업체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사실상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금감원내 실무 직원들의 경우에 해당돼 과도한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내 인력구조상 일부 신입이나 3~4년차 직원들을 제외하면 4급 이상 직원들은 전체의 80% 수준에 이른다.
따라서 금감원 내 거의 모든 직원들이 이같은 재산공개나 외부취업 제한 규정에 적용을 받게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업무상 관련있는 외감업체란 유가증권 거래소 상장기업을 제외한 모든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을 의미한다.
따라서 크게는 교보생명과 같은 대기업부터 작게는 종업원 10여명 수준의 중소기업까지도 이에 해당한다. 전체 해당 유관 업체 숫자로만 보면 3000여 개에 이르게 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웬만큼 이름이 알려져 있는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외감업체로 등록돼 있다고 할 수 있다.
◆ 금감원발 현대판 '노예제도' 비아냥
이 같은 과도한 재취업 제한 때문에 금감원 직원들은 현실적으로 직장을 옮기고 싶어도 옮길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무엇보다 30대 초반의 가장 열정적인 시기에 자신의 경력을 이어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금감원을 그만두면 치킨집 등 개인사업을 하거나 대학으로 돌아가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식의 자조섞인 얘기도 들린다.
따라서 이 같은 규정은 젊은 직원들이 다방면으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없게 만든 사실상 금감원발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퇴직 제도라는 특수성 때문에 금감원 직원들이 언급조차 하는 것을 꺼리는 미묘한 분위기 마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물론 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이 재취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에도 제도적인 배려는 전혀 없다.
일단 재취업을 희망하는 경우 먼저 퇴직한 뒤 취업 심사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이른 바 '선퇴직 후심사'라는 제도라는 것으로 이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규정이 시행되고 있다.
◆ 폐쇄적 의사결정·라인 위주의 성과평가' 폐해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은 결국 폐쇄적인 의사결정 행태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최근 금감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다음달 인사 및 조직 개편을 앞두고 있는 내부적으로 크게 사기가 저하된 모습이다.
한 금감원 직원은 "인사에서 업무성과로 평가받기보다 '라인'으로 평가받는다"는 말이 기정사실화 되어 있을 정도"라며 "조직 내 분위기가 흉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행안부 규정 개정 필수적일 듯"
현행 공직자 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들의 자유와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일단 이 같은 현상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행정자치부의 관련법 시행령 개정이 필수적일 전망이다.
그렇지만 행자부 쪽에서는 "금감원 쪽에서 해달라는 대로 한 것 뿐"이라며 "금감원이 스스로 이 같은 안을 내놓고 나서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
또한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규정이 만들어지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 금감원이기 때문에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대가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 비리 파문 등과 관련해 금감원 쪽의 책임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불이익은 당연한 처사로 본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윗사람들이 해먹은 것 때문에 아랫사람들이 희생해야 되는 딱한 상황"이라며 "과도한 면이 있지만 조직이 성과보다는 아닌 라인 중심으로 가다 보니 나타나는 전형적인 부조리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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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