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증시·상품價 큰 폭 하락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부채위기가 새 국면을 맞은 가운데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러시를 이루고 있다.
그리스 증시가 20년래 최저치로 내리꽂힌 것을 포함해 글로벌 증시와 상품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및 독일 국채와 투자등급 회사채, 달러화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 위험자산 동반 급락..금값도 ‘뚝’
8일(현지시간) 그리스 증시는 20년 전 수준으로 내리꽂혔다. 그리스의 ASE 지수는 620.54로 마감, 199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지난 2007년 11월 5300으로 정점을 찍었다. 고점 대비 약 90% 하락한 셈이다.
미국 증시와 상품 시장도 급락 흐름을 연출했다. 다우존스지수와 S&P500, 나스닥지수 등 3대 지수가 장중 일제히 1% 이상 떨어진 후 낙폭을 0.5% 내외로 좁혔다. 프랑스 증시가 2.8% 급락한 것을 포함해 유럽 주요 주가지수도 급락했다.
국제 유가 역시 3개월래 최저치에 근접했다.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1% 하락한 배럴당 97.01달러를 기록했다. 5일 연속 하락한 유가는 장중 95.52달러까지 하락, 2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미 달러화지수(US Dollar Index)가 7일 연속 상승한 가운데 금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은 장중 온스당 40달러 이상 하락하며 1600달러 아래로 밀렸다. 장 후반 낙폭을 축소, 1.98% 내린 16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은 7월물 선물 역시 2% 하락한 29.48달러에 거래, 1월9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데다 금값이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상승한 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판단이다.
반면 미국 국채를 포함한 안전자산은 일제히 랠리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bp 하락한 1.85%를 나타냈다. 30년물은 2bp 내린 3.04%를 기록했다. 5년물과 7년물이 각각 1bp와 2bp 하락했다.
독일 국채 수익률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10년물 수익률이 6bp 내린 1.54%로 밀렸다. 장중 수익률은 1.532%까지 하락,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30년물 수익률 역시 2.243%로 최저치를 기록했고 5년물이 5bp 내린 0.53%를 기록했다.
투자등급 회사채 역시 자금 유입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지난달 고용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 데다 유로존 위기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투자 수요가 높아진 결과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수익률은 3bp 하락한 3.25%를 기록,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 연초 3.80%였던 수익률은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리퍼에 따르면 채권형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1~4월 사이 순유입된 자금은 469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지난 한 주 동안에만 12억40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 시장 불안감을 반영했다.
◆ 위기 피로감 ‘탈출구 없어’
수년간 이어진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가 유로존 정치권 변수를 계기로 한꺼번에 촉발됐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판단이다.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가 다시 불거진 데다 6월 예정된 선거에서도 적잖은 충격파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중 자금의 안전자산 이동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
이날 금값 약세와 관련, 골드코어의 마크 오바이언 디렉터는 “금 선물 시장에 일종의 '퍼펙트 스톰'이 닥쳤다며 ”달러화 상승과 유가 하락이 금값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상품시장과 주식시장 전반에 걸친 ‘리스크 오프’ 심리로 인한 유동성 위축도 금값 하락에 힘을 실었다고 분석했다.
뷸리언볼트의 애드리언 애시 리서치 헤드는 “금융위기에 투자자들이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단시일 안에 쉽게 빠져나가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면서 자산 가격에 악재를 점차 강하게 반영하는 움직임”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