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그리스 선거의 결과로 유럽발 재정위기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리스의 부채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로 세계금융시장에서는 '리스크 오프(risk off)' 분위기가 강해지는 모습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되면 그 파장은 어떻게 될까.
그간 유로존 부채위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서 세계 금융시장에 그 불확실성이 이미 충분하게 반영됐다는 시각이 많았다.
적정한 합의를 통해 궁극에는 유로존 문제가 봉합된다는 믿음을 전제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로 구제금융을 실시하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치닫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점치는 수위가 높아지면서 유로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지금은 그리스를 기점으로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단일통화 사용을 거부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양손 잃은 그리스, 정책수단이 없다
그리스 등 유럽의 소위 2진 국가들이 유로화라는 단일통화체제에 불만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독자적인 정책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유로국가들은 통화정책이라는 중요한 무기를 잃었다. 단일 통화지역에 대한 통화정책은 ECB로 통합됐고 개별 국가차원에서의 통화정책은 이제 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재정정책도 개방경제체제에서는 무역의존도가 높을 경우 그 효과가 반감되고, 지금 문제가 되는 국가는 이미 재정적자로 인해 추가적인 정책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유로존 개별국가들이 생산성에서 서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일통화를 선택한 것 자체부터 무리수다는 문제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는 "유로존에는 중앙은행은 있지만 통일된 재정 기구가 없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조화시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여러 나라가 함께 사용하는 공동의 통화는 중앙 재정기구 없이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태생적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최근 트위터를 통해 "그리스가 경기침체에 빠져 있는 가운데 정치적인 혼란까지 가중돼 경기불황을 겪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이어 "그리스는 곧 사고가 날 열차와 같아 결국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떠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환율정책도 부재, 대외경쟁력 상실
또 다른 문제는 그리스가 장기적으로 실물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생산성이 낮은 국가는 고환율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어느 정도 지탱하며 시간을 벌 수 있다. '잃어버린 10년' 이전의 일본이 그랬고, 80년대의 우리도 마찬가지였으며 2000년 이후 중국도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적 격차가 뚜렷한 독일과 같은 통화를 사용하는 그리스는 어려움을 겪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낮은 생산성을 보완할 수단을 갖추지 못한 채 긴축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탈퇴 시 하이퍼인플레이션 등 후폭풍 심각
하지만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유럽이 재정통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스가 겪고 있는 현재의 부채위기는 단일통화권 형성 이전부터 시작됐으며 그리스의 위기는 방만한 재정운영에 기초하므로 유로존 탈퇴는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논지다.
또한 그리스가 막상 유로존 탈퇴를 선택했을 때 겪게 될 어려움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은 "당분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리스가 탈퇴할 경우 역내 무역에서 배제되고 자본의 이동도 제한될 뿐만 아니라 가장 큰 문제는 심각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는 점이 그 이유다.
그는 "그리스도 내심 탈퇴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연립정부가 구성되면 긴축의 속도 조정에 대해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수십 년간 진행해 온 유럽통합이라는 과제를 이제 와서 물거품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명활 박사는 "경제학적으로 보면 그리스가 탈퇴를 향해 가는 것이 자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디폴트 선언 시 그 불똥이 다른 나라로 향하기 전에 그리스가 먼저 파탄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인 문제이므로 어찌될 지 알 수 없다"며 "국민정서, 감성에 휩쓸려서 바람직하지 않은 국면으로 갈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간 그리스 국민의 게으름을 왜 자신들이 책임져야 하냐며 불평과 비난을 퍼부어왔던 독일과 프랑스 국민들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올랑드의 프랑스와 메르켈의 독일이 초국가적 리더십을 통해 어떻게 유로존을 끌고 나갈 것인지, 유로존 해체의 길을 선택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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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