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B는 물론 독일 등에 큰 부담 예상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1조달러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물론이고 독일을 포함해 그리스가 의존했던 국가에 커다란 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부 투자가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ECB의 자본이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강등했다. 유로존 탈퇴 리스크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피치는 밝혔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경제경영연구센터(CEBR)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1조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질서한 탈퇴가 현실화될 때 유로존 GDP의 5%에 해당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별도로 시장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타격 이외에 그리스에 자금을 지원한 국제기구와 정부가 감당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데 입을 모았다.
지난 3월 2차 구제금융 지원을 단행하면서 민간 채권자들이 이미 대규모 손실을 떠안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로존 정부가 약 2000억유로에 이르는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서 손실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핌토의 앤드류 보솜워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발을 뺄 경우 디폴트가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손실은 ECB의 자본을 잠식할 정도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ECB를 포함한 EU 정책자들은 지원을 중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리스가 초토화되는 상황과 무질서한 부채위기 전염을 막기 위해 추가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쿠츠의 게오르지오 사푸리스 전략가는 “유로존 전체 시스템 안정을 위해 ECB의 대규모 개입이 불가피하고, 여기에는 독일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및 유럽안정화기구(ESM) 그리고 IMF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이 잠재적으로 수천억 유로의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EBR이 1조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추정한 가운데 영국 정부는 그리스 탈퇴에 대비해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란은행(BOE)과 재무부 등 정부 당국은 2008년 리먼 파산과 맞먹는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유동성을 포함한 잠재 위기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알리스테어 달링 영국 전 재무장관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재앙의 씨앗”이라며 “전염될 경우 유로존이 재앙을 맞게 될 것이며, 영국 역시 여러 해에 걸친 스태그네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포함한 EU 정책자들이 천문학적인 손실을 피하기 위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방지하는 데 무게를 둘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