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이달내 외화예금 지원책 마련키로
- 넉달 동안 900억 달러 빠져나갈때도, 외화예금은 국내 은행들에 남아
- 외환은행 "국내 기업들이 예치해, 변동성 적어 외화유동성에 기여"
- 정부, 이달 내 외화예금 지원책 마련... 해외조달 비용 상승하면 확대될 듯
오는 17일 ‘그렉시트(Grexit)’ 여부를 판가름할 총선을 앞두고 있는 그리스와 은행권 부실로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제기되는 스페인 등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가 심상찮다.
보수적 시각을 견지할 수밖에 없는 금융당국의 수장마저 최근 “유럽 재정위기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충격”이라는 발언을 내놓는 등 작금의 경제 상황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형국이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악화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도 큰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미 각 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대비에 나서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관점에서 최악의 사태를 준비하자는 의미로, 유로존 위기에 따른 국내 금융과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당국과 각계의 대응방안 등에 대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뉴스핌=한기진 기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우리나라 땅에 남아있던 외화의 정체는….’
금융위기 당시 불과 4개월(9~12월) 동안 우리나라에서 900억 달러나 되는 외화가 빠져나갔다. 은행들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높은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달러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꿈쩍 않고 우리나라 은행들에 남아있던 외화가 있었는데 바로 ‘외화예금’이다.
외환은행이 조사한 결과,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도 외화예금은 전혀 줄지 않았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외화의 50%를 차지할 만큼 규모도 커, 외화유동성 위기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외환은행 한 임원은 “국내 기업들이 예치한 것이기 때문에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만성질환으로 번져가면서 장기적인 외환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졌다. 과거 금융위기는 각국 정부가 재정여유 덕에 돈을 풀어 위기확산을 막았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도 줄었고 기업이 아닌 국가 재정의 위기여서 최악의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실물위기가 먼저 온 뒤 시간을 두고 금융위기로 번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장기전 대비가 요구되면서 외화예금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외화예금은 거주자, 비거주자외화예금과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외화예금으로 나뉜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말 현재 거주자외화예금은 314억 달러다. 비거주자예금은 50억 달러로 추정된다. 국내은행들에 예치된 비중이 94%나 되고 외국계 은행지점은 5%에 그친다. 외화예금의 주체는 기업들로 88%에 달하고 개인은 36%다.
외화예금은 보통 기업들이 해외증권을 발행했거나 수출로 얻은 외화들로, 성격상 은행에 안전하게 예치해놓고 필요하면 꺼내 쓰는 용도다. 이 때문에 이탈 가능성이 적어 외화유동성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은행 전체 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과 2008년에 일시적으로 4%대에 육박했지만 대체로 2~3%대에 그칠 정도로 규모가 작다.
이와 반대로 은행들의 주된 외화조달 수단인 차입금이나 해외채권은 증권이 차지하고 있는데 성격상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유출입 변동성이 크고, 비용 또한 치솟는 단점이 있다.
은행 입장에서 외화예금은 외환안정성에 기여하는 것 외에는 큰 장점이 없는 편이다. 단기인데다 외화수요도 많지 않기 때문으로 예금금리도 2%대로 원화예금이 4%대인 점과 비교하면, 은행들이 외화예금 영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게 그대로 드러난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 한은 금융위원회 등은 지난달 외화예금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려 했지만 이달로 다시 미뤘다. 외화예금 유치 실적이 우수한 은행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감독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현재 장단기 차입금 수준이면 1~2년은 버틸 수 있고, 유로존 문제가 급격하게 커져 단기에 조달 코스트(비용)가 높아져도 조달은 할 수 있다”면서 “10년 불황이면 대책이 없지만 장기화에 대비해 외화예금을 장기화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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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