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개 법령 '중견기업 지위' 여전히 외면
[뉴스핌=최영수 기자] 정부가 '경제 허리'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야심찬 비전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정작 '중견기업의 지위 보장'이라는 핵심은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식경제부(장관 홍석우)는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2015년까지 중견기업을 3000개 이상으로 육성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지경부가 지난 5월 '중견기업국' 신설 이후 100일만에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 대책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중견기업의 애로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 연구개발(R&D) 세액공제 ▲ 가업승계 상속세 공제 확대 ▲ 하도급 거래대금 결제방법 개선 ▲ 투자확대를 위한 금융지원 확대 등 다각적인 방안이 포함됐다.
◆ 핵심 외면하고 '가지치기'만…
하지만, 중견기업들이 그토록 바라던 '중견기업 지위 보장'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평가다.
'중견기업'이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대기업'을 말한다. 공정위가 선정한 55대 재벌기업 그룹에 속하지 않은 대기업으로서 지난해 말 기준 1291개사가 여기에 속한다.
현행 경제관련 법령들은 대부분 대기업과 중소기업 이분법적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방대한 지원책이 시행되고 있다. 중견기업의 경우 중소기업 당시 누리던 혜택들이 일제히 사라져 더 이상 성장하기를 꺼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중견기업의 지위'를 명문화한 산업발전법이 시행된 이후 벌써 1년이 넘었지만 10여개 주요 법령은 여전히 '중견기업'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표 참조).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 여러 가지 분야에 걸쳐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도 "중견기업의 지위가 확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들이 시급히 개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경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알고 법령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경부의 윤상직 차관은 "현재 시행중인 법령과 정책, 지원사업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기존의 대-중소기업 이분법적 체계에 중견기업 개념을 지속적으로 도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부처마다 동상이몽, 법령개정 난색
하지만 법령 개정은 부처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지경부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견기업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립한 산업발전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소관 부처마다 법령 개정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상 중견기업 개념을 정비해야 하는 법률은 현재 약 18개이며, 소관부처도 10곳이나 된다.
구체적으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지식경제부)을 비롯해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법(중소기업청),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국무총리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지경부), 숙련기술 장려법(농식품부), 병역법(병무청), 축산법(농식품부) 등 주요 법률이 모두 여기에 해당되며, 주무부처인 지경부에 7개 법률이 속해 있다(표 참조).
이번 대책도 법령을 개정사항을 피해 급한대로 부수적인 대책에 주력한 모습이 역력하다. 하도급거래 결재방법을 개선하는 문제도 하도급법이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기 때문에 법개정보다는 '공정거래협약'을 활용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분야 중견기업들도 올해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을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견기업 개념이 반영되지 않은 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이 개정되면서 중기적합업종에 대해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기업의 관계자는 "중견기업의 법적 지위가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기업 규제대상에 포함되고 있다"면서 "중견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관련법이 모두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지경부는 중견기업 관련법 개정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수개월간 공들여 마련한 '중견기업 육성방안'도 빛이 바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경부 중견기업국 관계자는 "현재 중견기업 관련법 개정은 10여개 법령이 해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관계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