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외교 혼란…이집트·터키 공조 못 얻어
[뉴스핌=유주영 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피비린내 나는 교전이 확대되며 중동을 회복시키려던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위협받고 있으며, 집권 2기를 준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장애물이 되고 있다.
또한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20일자 워싱턴포스트(WP)지는 이번 분쟁으로 미국의 중동정책이 후퇴할 뿐 아니라 주요 협력자인 터키와 이집트의 관계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터키는 이 지역에서 온건한 목소리를 낸 국가지만 레셉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는 전날 이스라에을 '테러 국가'로 지목하며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을 비난했다. 무하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정전을 유도하는데 실패했다는 비난으로 이어졌다.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은 이집트와 터키 정부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쐐기가 됐다.
외교관들은 분쟁이 시리아 내전을 해결하려는 행정부의 노력에 방해가 되고 있다며 이집트 새 정부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온건파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지지하고 이란의 야심 저지에 나서기로 했다.
‘아랍의 봄’의 혼란 속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을 한결같이 지지하고 있으며 오바마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불안한 관계 속에서도 지속됐다.
한편, LA타임스는 누가 보아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LA타임스는 카타르 도하 소재 브루킹스 연구소 샤디 하미드가 "확전이 미국이 중동에서 계획한 모든 것에 독이 된다는 것이 핵심"이라는 논평을 제기했다고 소개했다.
동남아시아 순방에 나선 오바마는 반복적으로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지도자들에게 오바마 행정부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했다고 말했지만 현상황에서는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순방에 동행한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기자들에게“(미국의 입장은)하마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집트, 터키 및 카타르는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가자가 로켓 발사를 중지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하마스를 테러 집단으로 간주해 직접 접촉하지 않고 있다.
다니엘 쿠처 전 이집트 및 이스라엘 대사는 이 위기가 ‘티핑 포인트(변곡점)’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로 줄지어 무기를 쏘아올리면 미국 정부는 오바마가 지지를 표명한 이스라엘에 분쟁을 끝내라고 종용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랍 세계는 미국을 유혈사태의 공범으로 볼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 관리들이 이스라엘의 전술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는 가운데, 오바마는 18일 방콕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을 위해 이스라엘이 가자로 군대를 투입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11년 중동 각국에서 발생한 민주화 시위로 친미성향의 독재정권이 무너지면서 일부 지역에서 반미성향의 이슬람 정부가 들어섰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크게 위축됐다.
특히 최대 동맹이었던 이집트에서 무바라크 정권이 축출된 후 반미성향의 무슬림형제단이 지지하는 모하메드 무르시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 미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가자의 지배세력인 팔레스타인 하마스 역시 무슬림 형제단에 뿌리를 두고 있어 미국은 이번 가자 사태의 해결을 위해 이집트에 의존하는 분위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에만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중재를 요청했다.
[뉴스핌 Newspim] 유주영 기자 (bo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