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매 비중 떨어지는 모델만 가격 내려
[뉴스핌=김기락 기자] 현대차가 쏘나타 등 5개 차종 10개 모델에 한해 판매 가격을 22만~100만원 낮췄지만 판매 비중이 떨어지는 모델이어서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지엠을 비롯한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경쟁사도 이 같은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가격 인하를 앞세워 안 팔리는 모델을 더 판매하겠다는 현대차의 ‘꼼수’가 아니냐는 것.
현대차는 지난 3일 쏘나타와 싼타페 등 5개 차종의 판매 가격을 모델에 따라 22만~100만원 내린다고 발표했다. 가격 인하 모델은 쏘나타 모던과 싼타페 익스클루시브, 제네시스 프리미엄 스페셜 등 최고급 모델이다.
현대차 측은 이에 대해 “고급 편의사양에 대한 고객들의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고객들이 취향과 환경에 따라 차량을 폭넓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가격 인하에 대한 취지를 설명했다.
쏘나타 2.0 모던은 천연 가죽시트와 전후방 주차보조 시스템 등 사양 변경 없이 기존 2650만원에서 2628만원으로 22만원 낮아졌다. 제네시스 프리미엄 스페셜도 5524만원에서 5424만원으로 100만원 내렸다. 싼타페는 2.0과 2.2모델의 익스클루시브 트림 가격이 각각 90만원, 94만원 인하됐다.
하지만 이들 모델은 해당 차종 중 가장 비싼 가격으로 인해 판매 비중은 미비하다.
싼타페 2.0 익스클루시브 2륜 모델은 11.6%, 4륜 모델은 2.6%다. 싼타페 2.2 익스클루시브 4륜 모델은 2.5%, 4륜 4.2%에 불과하다.
제네시스 경우도 마찬가지. 이번에 가격을 낮춘 제네시스 3.3 프리미엄 스페셜은 3.3 중에서 가장 비싼 최고급 모델이다. 제네시스 전체 판매 비중에 12.7%다. 쏘나타 모던은 23.6% 그나마 높은 편에 속한다.
게다가 쏘나타와 제네시스는 올해 말 신모델이 출시되고, 베라크루즈 역시 단종을 앞둔 것으로 전해져 판매 감소를 예상한 현대차가 미리 대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가 박근혜 정부에 맞춰 서민 경제를 생각한 조치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서민 경제를 위한다면 서민들이 많이 구입하는 아반떼, 소형 트럭 등 전 모델 가격을 낮췄어야 할 것”이라며 “일부 안 팔리는 차종 가격을 내리면서 생색내는데 급급한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현대차가 가격 인하를 통해 수입차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는 것을 수긍하면서도 아반떼 등 대중적인 자동차 가격을 내리지 않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한국지엠 등 국내 경쟁사는 현대차의 가격 인하가 상위 모델에 제한됐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에 주는 파장은 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막대한 시장 장악력을 이용해 출혈 경쟁을 유도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별도의 가격 인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개별소비세 인하 중단으로 인한 차량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3% 저리 할부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차도 뉴 SM5 플래티넘이 쏘나타와 경쟁 모델이지만 가격 인하 계획은 없다. 회사 관계자는 “SM5 플래티넘은 가격 인하된 쏘나타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수기인 상황에서 현대차가 공격적으로 가격 인하를 했는데 시장에서 어느 정도 먹힐지 미지수”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일부 차종 가격을 내리면서 막강한 시장 장악력을 이용해 자동차 시장 전체의 가격 인하를 노리고 있다”며 “각 업체의 출혈 경쟁과 고객 서비스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짙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