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양보단 미분양 털기, 공공수주 주력..업계 양극화 불가피
[뉴스핌=이동훈 기자] 국내 중견건설사들이 주택경기 불황으로 분양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매출감소와 성장세 둔화로 공격적인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규분양 사업장이 크게 실패할 경우 기업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불안 심리도 사업 확장을 가로막는 한 이유다. 이로 인해 보유한 미분양을 털어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공공사업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견건설사들은 대부분 올해 분양사업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신규분양을 아예 추진하지 않는 건설사도 많다.
‘우미린’ 브랜드로 유명한 우미건설은 현재 올해 신규 분양계획이 없다. 지난해 9월 선보인 강원도 원주 무실2지구 우미린(653가구)가 마지막 분양이다.
그동안 이 회사는 연간 3000가구 안팎의 신규분양을 했지만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분양사업을 줄이고 있다. 주요 사업이 아파트 건설업이란 점에서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커 분양사업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상황이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너무 얼어붙어 신규분양에 따른 부담감도 크게 높아졌다”며 “지방에서 분양을 위해 필지 매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사업장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라건설도 신규분양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난해 자사 ‘비발디’ 브랜드의 BI(Brand Identity)를 변경하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지만 올해 분양을 계획한 사업장이 없다. 이 회사의 건축사업 매출비중은 전체의 40%가량을 차지해 성장세 둔화도 우려된다.
‘한양수자인’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한양은 올해 세종시에서 1개 아파트 단지를 분양할 계획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6000가구 이상 분양했던 것에 비하면 개점휴업 상태다.
한양 관계자는 “지난해 세종시 2개 사업장과 광주첨단지구 등에서 좋은 분양 성과는 얻었다”며 “하지만 장기간 주택거래 침체가 극심해 올해는 시장상황을 지켜본 후 분양사업을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목사업 등 공공수주와 신사업 발굴에 초점을 맞춰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동부건설은 올해 신규분양 분양을 계획한 사업장이 단 한 곳이다. 대우건설과 지분 50대 50으로 참여한 ‘푸르지오 센트레빌 김포 풍무’(2712가구)를 오는 4월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이 사업장은 지난해 분양계획에서 올해로 연기된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올해 새로 계획한 분양이 없는 셈이다.
더욱이 자체 사업이라 금융이자 부담은 있지만 김포 주택시장이 살아나지 못해 분양시기가 좀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 불황으로 신용도가 높은 상위 건설사를 제외하고는 금융권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며 “중견건설사들의 상당수가 국내시장 매출로 유지되는 데다 공공발주도 감소하고 있어 상위건설사들과의 양극화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