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자체 커지는게 필요" 목소리 높아
[뉴스핌=백현지 기자] #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와 함께 증권업계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증권업황 악화 여파로 마쓰이증권은 1993년 창립 이후 최초로 순익이 감소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이 때 마쓰이증권은 일본 최초의 온라인 브로커리지 서비스인 'Netsotck'를 도입했다. 이 시스템으로 외환거래업무 영역까지 확장했다. 현재 마쓰이증권은 24시간 주요 외환거래가 가능한 특화증권사로 살아 남았다.
61개 달하는 증권사들이 과당 경쟁을 벌이는 시장을 재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책당국은 투트랙(Two Track)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대형사는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육성하고, 중소형증권사들은 스핀오프(분사)를 통해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다.
스핀오프를 허용해 탄력적이고 유연한 조직운용 뿐 아니라 증권사간 인수합병(M&A)까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사자인 증권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 전문업무 특화, 방향성은 맞지만...
지난 1월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열린 '중소형 증권사 성장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증권사의 스핀오프를 허용해야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증권사 스핀오프는 별도의 법인이 설립되는 것으로 신설법인은 독립적으로 핵심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투자은행(IB), 사모펀드(PE) 등과 같은 특화된 업무일수록 스핀오프를 통해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스핀오프에 대한 뚜렷한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 스핀오프에 대한 논의는 이전부터 제기됐지만 사실상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당사자인 증권사 측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증권사에서 절실했다면 이미 당국에 요청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증권사들 입장에서 절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발전하기 위해 자본력이 필수지만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국내증권사의 자본력은 수십분의 일 수준이다. 중소형증권사 업무가 특화되기 위해서 먼저 대형증권사가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발전해야하지만 아직 갈 길은 요원하다.
아울러 국내 증권업계는 규모가 작아 M&A 특화 증권사 등 특화증권사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키움증권과 같은 온라인 특화 증권사는 등장했지만 제 2, 제 3의 키움이 나오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 문제는 복수증권사 허용
스핀오프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문제는 복수 증권사 허용이다.
현재는 한 기업이 복수의 증권사를 운영할 수 없지만 이를 허용하면 지주회사가 온라인 전문 증권사, 자산관리 중심 소매 증권사, 법인 영업 및 투자은행(IB) 업무 전문 증권사 등을 거느릴 수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등의 경우 복수 증권사를 지주회사가 거느리는 사례가 존재한다"며 "실제로 오펜하이머홀딩스는 오펜하이머와 프리덤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핀오프로 특화 업무분야를 분리하고 복수증권사를 허용하면 증권사 M&A도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의견도 있다.
하지만 복수증권사 허용 관련해서는 현재 61개의 증권사가 존재하는 가운데 과당경쟁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 자본시장과장은 “스핀오프에 대해서는 당초 계획했던대로 상반기 중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복수증권사에 대해서는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 전문성 강화, 특화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하는 바"라며 "시장자체가 커지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