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금 기록은 안전, 현금인출은 제한돼
[뉴스핌=한기진 기자] ‘쌀 라면 소금 등 15~30일 분, 식기 버너 가스 등 연료, 배낭, 라디오, 손전등, 소독제 진통제 붕대 등 비상약품….’
민방위가 ‘전시국민행동요령’에서 밝힌 주민이 챙겨야 할 물품이다.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다. 재산이 걱정된다면 본인 소유의 재산을 증명하기 위한 계약서, 각종 증권과 채권은 직접 휴대하거나 보관해야 한다. 집문서 등은 여러 장 복사해 가족이 나눠 보관해야 한다.
그렇다면 전쟁 중이어도 현금을 찾을 수 있을까. 은행 예금은 보장될까. 현금이 휴지조각으로 취급돼 금이나 보석을 지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오는 10일 전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청와대가 밝히면서 전쟁 발발 시 ‘돈’과 관련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륙하는 F-16전투기 <사진 제공=뉴시스> |
일단 데프콘(정규전에 대비해 발령하는 전투준비태세) ‘3’이 발령되면 충무계획(전시 또는 비상사태시 범국가적인 비상대비 계획)에 의해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금융기관 등은 전시상황에 들어간다.
이 단계는 중대하고 불리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긴장상태가 되거나 군사개입 가능성이 있을 때다. 지금도 매년 군부대가 서울 소공동 한은 본점을 방어하거나 시중은행 경영진이 지하 벙커에서 훈련하고 있다.
은행 본점이 폭격을 맞는다고 해도 예금이 없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은행들은 과거 미국의 911사태를 거울삼아 서울에 메인 전산센터를 두고 있지만 지방에 백업센터를 설치해 전국적인 전면전이 아니라면 예금기록은 안전하게 보관된다.
전시에도 은행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대체사업장도 별도로 있다. 본점 등 주요 점포가 폭격에 붕괴하는 비상사태에 대비한 조치다. 주로 서울 외곽지역에 마련된 대체사업장은 유가증권거래, 환딜링, 외화송금, 대출승인 등 본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본점과 똑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IT센터, 콜센터와 전산망이 연결된 것은 물론 심지어 본점 전화번호까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이 마비된다면 지점에서 비상용 마대자루에 중요 서류나 현금을 넣고 수기로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면서 “비상시 대응할 수 있는 대체사업장이나 인력 등을 담은 계획에 따라 모의훈련을 하는 등 대비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하는 대로 현금을 찾을 수는 없다. 충무계획에 의해 한국은행은 은행의 지급결제를 통제할 수 있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현금 인출을 허용한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