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공종 ‘선택과 집중’ 필요..저가수주 막는 제어장치 마련도
[뉴스핌=이동훈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건설 현장의 원가율 상승으로 비상이 걸렸다. 해외수주에 경쟁이 과열돼 저가수주가 많아진 데다 당초 계획보다 늘어난 공사금액도 고스란히 건설사의 손실로 반영된 탓이다.
때문에 건설사들은 건전성을 회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를 위해 철저한 시장분석은 물론 적정한 공사비 책정이 선행돼야 한다. 또 방만한 수주보다는 경쟁력 있는 공종을 집중 육성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은 몇 가지 공정에 집중하기보다는 건설산업 전 부문에 뛰어들어 부실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현지 정보력 부재와 운영 미숙, 전문 엔지니어 부족 등에 노출된 것이다.
대형건설사들은 플랜트(석유화학, 발전), 건축, 주택, 토목, 물사업(하천정비, 댐), 헬스케어(healthcare) 등 다수의 공종을 수행하고 있다. 전문화보다는 다양화에 초점을 맞춘 것. 그만큼 전문기술 부재로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
해외건설협회 김석화 플랜트지원실 실장은 "국내 건설사들이 쌓아온 기술력과 경험에 비해 너무 많은 공종에 참여하고 있다”며 “대형건설사들이 최근 불거진 일부 기업의 어닝쇼크(earning shock)로 경쟁력이 없는 공종은 과감히 버리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사업전력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분기 주요 대형건설사들의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했다. 현대건설은 2.2%(추정치), 대림산업은 5.9%가 내려앉았다.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는 적자로 전환했다.
이 같은 실적부진은 국내 주택경기 침체도 한 이유이지만 해외공사의 원가율 상승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저가수주로 공사 이익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돌발 변수가 많아 원가율 낮추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형건설사 한 임원은 “수주시점에 현지의 인건비 상승과 하청업체의 공사 지연, 자재비 상승 등을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발주처가 공사 중에 설계변경을 요구하고 공사비를 정확하게 책정해 주지 않는 점도 원가율이 높아지는 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엔지니어들의 기술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세계적 건설사와 비교하면 한 단계 낮은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해외수주를 따내려면 수주금액은 낮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전문기술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건설사들은 유로화·엔화 약세로 저가수주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 건설사들도 중동, 아프리카에 영역을 넓히고 있어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가 시급하다.
GS건설 관계자는 “민간기업 뿐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세계적인 엔지니어를 육성,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건설사끼리 저가수주로 경쟁하는 구조를 없애기 위해 적절한 제어장치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차손의 위험성을 낮추고 현지 정보력을 높이고 위해서는 국내 금융권과 관련기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