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부터 깜짝깜짝 놀랄 메시지가 계속 날아 오다 잠시 주춤하고 있다.
그런 협박에 마치 양치기 소년을 대하는 것 같은 무덤덤한 태도로 일관하던 우리 국민과 국제 투자가들이 이젠 위험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수위를 높여가는 위협 때문에 피로감이 생겨 돌발가능 행태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 조차 식상해져 버렸다.
한동안 금이 잘 팔리고 환율도 일부 급등한 면도 있었다. 애매한 불똥을 맞은 개성공단 사태는 벌써 20일이 훌쩍 넘어버려 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무슨 제안도 대책도 반응도 없다. 개성공단이 남북한을 연결하는 아주 주요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이젠 개성에서 아주 철수해야 된다는 여론이 높아져 간다.
오죽하면 어제 탄 택시 기사 아저씨 왈, 북한이 한 방 쏴주면 김정은 사는데 미국의 B2 스텔스 비행기 빌려 벙커버스터 100발 정도 왕창 갈겨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번 사태를 어떤 시각에서 봐야 할까 많이 생각해 본다. 30년 이상 김일성에게 훈련 받은 김정일의 일거수일투족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대처하기에 나름대로 용이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대 후반이며 아버지로부터 후계자 수업을 짧게 받은 김정은과 그를 보필하는 새로운 권력 집단의 행동 방식과 성향은 그리 쉽게 읽히지 않는다.
김정은이 행한 일련의 사건들은 소녀시대 노래처럼 어리다고 놀릴만한 일들이 아니다. 대담하고 예상하기 힘든 것들이 많다. 그 나름대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테두리를 벗어나 돋보이려고 행한 악랄한 흔적들이 보인다.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는 더 큰 아픔으로 남겨지는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토 분쟁을 오랫동안 해 오다가 양국이 핵을 가진 이후에 잠잠해졌다. 핵의 문제를 핵으로 잠재운 것이다. 이스라엘은 혹시 이란이 핵을 가질까 조금만 조짐만 보이면 국제 여론이 뭐라 해도 의심지역을 폭격한다. 얼마 전 의심되는 이란 화학공업 지역을 폭격한 곳에서 북한 사람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몇 구 나왔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이란도 핵으로 대응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단지 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상대나 합리적으로 행동하려는 상대와 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거 오랜 기간 동안 대화하고 막대한 경제지원을 했더니 약속 안 지키고 핵폭탄 만드는 상대와 무슨 대화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또한 엄격한 전제조건을 단 대화는 전략적으로 중요하지만, 핵을 마치 무당이 신주모시듯 북한 법(?)에 기록하여 죽어도 못 없애겠다는 상대와 어떤 대화를 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난다.
천하장사도 열흘 굶기면 어떻게 되는가 보라. 여태까지는 중국이라는 큰 형님이 무슨 짓을 해도 돌보아 주었을지는 모르지만 그 큰 형님도 이제 짜증날 때가 되어 간다. 그렇다고 당장 획 돌아 서지는 않겠지만 못난 동생 때문에 미국의 핵 잠수함이 서해를 넘나들고 막강한 B2나 F22 스텔스 비행기들이 자국 영토에서 멀지 않는 곳에서 자꾸 왔다 갔다 하면 형님에게도 좋을 리 없다. 게다가 일본까지 핵무장 하겠다고 나서면 어쩔 것인가?
중국에게 치명적인 것은 아마도 한국이 핵무장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중국이 펄펄 뛰는 것이 아니라 미쳐 환장할 정도까지 갈 지 모른다. 미국의 전술 핵이 남한에서 사라진 것에 얼마나 감사하고 있을 지 모르는데, 한 술 더 뜬 격으로 한국이 직접 핵 무장한다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당장 못난 동생 차 버릴 것이다. 중국에 대해 북한이 주었던 전략적 동맹의 가치가 여지없이 파괴되는 것이다. 북한의 버퍼죤(Buffer Zone) 즉 중간 완충지역으로서의 가치도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 당장 NPT 탈퇴하고 핵무장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선 미국의 핵우산을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이나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이 핵무장 안 하게 하려면 핵 재처리 하도록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북한도 한국이 언제든 북의 도발을 받으면 핵무장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것이다.
우리는 이번 핵 재처리 협정에서 반드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그 것 만이 우리가 핵무장 하지 않고도 핵억지력을 가지는 방법이다. 또한 일본이 핵무장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북한을 너무 굶기면 돌발 행동을 보이는 수가 있다. 개성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열어야 한다. 동시에 쵸코파이와 라면은 끊임없이 공급되어야 한다. 5만명이 넘는 개성근로자와 연관된 시민들을 돕자는 것도 있지만 개성공단은 우리 나라와 개성공단 기업들에게 도움이 더 많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성공단이 우리가 바라는 통일의 희망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아부다비′는 "아부하는 자, 다 비참하리니"의 줄임말로 필자가 권력에 빌붙어 아양떨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미이다.
*남종원 교수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J.P. Morgan 홍콩주재 한국 사무소장
-Goldman Sachs 홍콩주재 한국 대표 겸 사무소장
-메릴린치 한국대표 겸 서울지점장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