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고 고도화율에도 실적은 가장 나빠..가동률도 최저
[뉴스핌=김홍군 기자]국내 정유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고도화설비를 갖춘 GS칼텍스가 실적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지상유전'으로 불리는 고도화시설은 아스팔트와 같은 원유 찌꺼기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 고부가가치 기름을 만들어내는 설비지만, 때늦은 투자와 조업불안정 등으로 제몫을 못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의 올 1분기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1.6%이다. 매출은 9조원(8조8411억원)에 가까웠지만, 영업이익은 1450억원에 그쳐 업계 최저 수준의 수익성을 나타냈다.
그나마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나아진 것이다. GS칼텍스 정유부문은 지난해 전년 대비 1.7% 증가한 39조647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경기침체 및 시황악화로 508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시장점유율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24.7%이던 GS칼텍스의 국내 석유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21.1%까지 떨어졌다.
지속적인 실적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경기침체가 꼽힌다. 석유 소비가 지난해 2분기 이후 급격히 감소하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정유업계의 수익성을 갉아 먹었다는 분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 경기가 좋아지면서 소비가 늘 것으로 기대했지만, 2분기 이후 경기가 고꾸라지면서 정유사 전체의 실적이 좋지 못했다”며 “석유화학 부문이 선전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시황악화로만 GS칼텍스의 실적부진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영업적자를 낸 GS칼텍스의 달리 다른 정유사들은 대부분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계열사인 SK에너지는 지난해 극심한 경기침체에 불구하고 2885억원의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919억원이었다. 에쓰오일 역시 지난해 7818억원에 이어 올 1분기에도 3268억원의 흑자를 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때늦은 고도화설비 투자가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GS칼텍스가 고도화설비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에스오일과 SK에너지 등 타 정유사들이 이미 1990년대부터 고도화설비 투자에 들어가 열매를 따먹고 있을 때이다.
1995년 제1고도화설비를 완공한 이후 한동안 투자가 없었던 GS칼텍스는 2004년 제2고도화설비에 이어 2011년 제3고도화설비 가동에 들어갔다. 올 3월에는 제4고도화설비를 가동함으로써 고도화율 1위(34.6%)로 올라섰다.
신규 고도화설비의 가동률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이다. 올 1분기 GS칼텍스의 정유부문 가동률은 84.3%로, SK에너지(93.2%)와 현대오일뱅크(93.2%) 등 경쟁사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 신규 설비의 조업안정화가 지연되면서 전체 가동률을 떨어뜨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정유사들의 투자가 집중되면서 공급과잉이 발생하고 있다”며 “투자시기가 늦은 데다 신규설비의 안정화도 지연돼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