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화 대출자, 원화 갈아타기 기피
[뉴스핌=한기진 기자] # 우리은행 인천 남동공단지점에서 지난 2007년 시설자금 5억2800만엔을 금리 2.4%에 빌렸던 A모 씨는 지난달 초 3.0%에 만기 1년 연장하기로 재약정을 체결했다. 엔화 값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100엔당 1500원을 넘어서며 원금과 이자부담에 고통을 겪었지만 원화대출로 갈아타지는 않았다. 최근 원/엔 환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A씨는 “원화대출로 갈아타면 금리가 두 배로 높아져서 엔화가 낫다”고 했다.
은행의 원화대출 갈아타기와 금융당국의 자제령으로 엔화대출 규모가 감소하는 착시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규대출이 늘지 않고, 일부 상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기존 엔화 대출자들은 원화대출보다 최고 두 배 가까이 낮은 대출금리 때문에 원화로 갈아타기를 꺼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엔화 값 약세는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이 같은 현상을 짙게 하고 있다.
<한 외환트레이더가 떨어지는 엔달러 환율 추이를 보고 있다.> |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 대출자들은 금리가 낮은 엔화로 재약정하는 추세가 많고, 원화로 대환하는 실적은 적은 편으로 엔화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의 자료를 보면 신용등급 1~3등급(10등급 기준)에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와 부동산, 유가증권, 동산 등 완벽한 물적 담보까지 갖춘 초우량 중소기업은 은행에서 원화로 운전자금을 최저 4%대 초반부터 대출받을 수 있다.
같은 조건의 은행 별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우리은행 4.16%, 외환 4.28%, 하나 4.52%, 신한 4.25%, KDB산업 4.14%, IBK기업 4.44, NH농협 4.30%, KB국민 3.96% 등이다. 10등급까지 평균을 내면 금리 5%대 후반 금리가 훌쩍 넘는다.
이에 반해 엔화 대출자들은 원화보다 1~2%p 낮은 3% 초반으로 만기 연장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 상당수가 회사 규모가 작고 지난 수년간 대출상환 고통을 겪어왔던 곳임을 감안한 신용등급을 고려하면 체감 격차는 훨씬 크다.
국민은행 인천 용현지점에서 2006년 7월 시설자금으로 5000만엔을 2.0%로 빌린 자영업자 A씨는 올해 5월 초 3.2%에 만기 1년 연장하기로 재약정했다.
또 외환은행 송탄지점에서 2006년1월 운전자금으로 2억2100만엔을 1.95%에 운전자금으로 빌린 B모씨는 내달부터 3.3%의 금리를 적용 받기로 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과거 엔화 값 급등에 따른 충격을 겪어 엔화대출을 단속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제2의 ‘엔화 대출 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출할 때 환율 변동 가능성을 상세히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또 환차익을 노리는 대출자나 평소 외환 거래가 없는 기업에는 아예 대출해 주지 말도록 방침을 정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