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바닥이라 여겨졌던 1900선 마저 깨지면서 증시 향방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조기 축소 가능성으로 인해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라질 그리고 러시아 등 이머징마켓 증시들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조기 출구전략이 가시화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우려가 남아있어 시장의 안정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는 추가 급락보다는 완만한 반등에 무게를 둬야한다는 전망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1.42% 급락하며 1882.73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1900 선 아래로 밀려난 것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22일 1899.50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시기적으로 5월 FOMC 의사록이 공개된 지난달 22일부터 글로벌 주가 조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5월 FOMC에서는 다수의 위원들이 이르면 6월 FOMC부터 양적완화(QE) 정책의 축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글로벌 시장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신흥국 시장에서 돈을 거둬들이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머징마켓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외국인들은 전날 9500억원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총 3조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의 출구전략 시점에 대한 구두 언급이 시작되자 상대적으로 포지션 변경 속도가 빠른 헷지펀드들이 선제적으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신흥시장의 증시는 물론 외환·채권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이 같은 조정을 극복하고 반등하기까지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 장세가 끝나고 진정되는 방법은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 가면서 안정되는 것 뿐"이라며 "지금은 일종의 버블 해소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민상일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900 이하에서는 국내 증시가 그리 비싸다는 인식은 안 할 것으로 보이므로 반등의 여지는 있으나 대외 변수가 불안정해 반등 폭이나 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기조적인 상승은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에 오는 18~20일로 예정된 6월 FOMC가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부채한도 증액협상 마감시한을 9월로 연장해 정책불확실성이 9월까지 잔존하고, 2분기 경제성장률을 저점으로 연말에야 뚜렷한 개선이 예상되므로 2013년 말 이후에야 본격적인 QE 축소가 예상된다"며 "6월 FOMC를 통해 조기 출구전략 우려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증시만 놓고 보면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회복도 중요하다. 대장주에 대한 불안감도 지수 하락에 한몫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이머징마켓의 조정과 더불어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성장성 논란으로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전개되고 있다"며 "스마트폰 시장 성장성이 한계에 달했다는 전망과 이에 따른 삼성전자 분기 이익추정치 정체가 IT업종 및 국내 증시 전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지훈 키움자산운용 상무는 "지수 상승 추세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삼성전자가 얼마나 빨리 140만원을 회복하는냐에 따라 향후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