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SK그룹에게 올 여름은 춥다. 최태원 SK 회장이 8월 중 배임·횡령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이미 지난 1월 징역4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된 상태다.
SK로서는 회장의 부재가 반년을 넘어가고 있으니 이번 항소심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룹 전체에 감도는 긴장감은 무더위를 느낄만큼 녹록하지 않다.
SK서린 사옥 본사. |
◆항소심 판결 촉각..회장 복귀 학수고대
20일 최 회장의 항소심을 앞둔 SK는 초조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이어진 검찰 수사에서 최 회장의 구속까지 이어지리라곤 결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1월 1심 선고공판에 들어갈 당시에도 SK그룹 법무팀과 변호인단은 최 회장의 실형 판결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최 회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자신이 횡령·배임을 주도했다고 주장해온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때문에 SK그룹은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에 온갖 기대를 집중시키는 형국이다. 최 회장 형제가 1심의 진술을 번복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실형을 면할 가능성을 조심스레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낙관하기만은 힘든 상황이다. 최 회장에 앞서 항소심을 치렀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나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모조리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바 있다. 판결을 앞둔 SK그룹의 체감온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복귀가 향후 경영환경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해외 글로벌 네트웍크와 책임경영에 따른 넓은 안목 등이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악조건 속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각종 사업현안 예정대로..중대결정은 '차질'
이미 SK그룹은 최 회장의 공석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중대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올 초 출범한 수펙스추구협의회와 산하 6개 위원회가 바로 그것이다.
SK그룹에서 가장 큰 형으로 꼽히는 김창근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았고 각 계열사 CEO 등이 6개 위원회의 위원장 등을 맡았다. 이른바 SK그룹의 새 경영기조 ‘따로 또 같이 3.0’의 핵심인 ‘집단 지성’이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의 역할은 그 비중이 대폭 낮아졌다. 글로벌 성장, 해외 네트워킹을 통한 신사업, 그룹 차원의 큰 그림을 그리는 등 주주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하게 된다.
실제 SK그룹은 올해 하반기 통신과 에너지의 2대 축에서 SK하이닉스를 포함한 3대 축으로 새로운 도약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수년간 손실을 봤던 SK하이닉스는 최근 흑자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올해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조원을 상회하리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태.
이 외에도 SK이노베이션은 충북 증평공장의 연성동박적층판(FCCL) 2호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하고 총 900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사업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FCCL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IT기기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FPCB)의 핵심 소재로 최근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의 중국진출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달 말까지 중국의 베이징자동차 그룹과 손을 잡고 합작법인(JV)를 출범하기로 한 것. 베이징자동차그룹은 중국 4대 메이저 자동차 회사 중 하나로, 지난해 17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한 기업이다.
SK텔레콤은 1.8GHz 대약의 주파수 할당 문제에 있어서 경쟁이 한창이다. 광대혁을 통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SK텔레콤은 빠르면 이달말 LTE-A를 상용화할 전망이다. LTE-A를 최대 속도가 150Mbps로 LTE보다 2배, 가정용 초고속인터넷 100Mbps보다 빠른 기술이다.
한편, 이같은 하반기 전략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의 공백은 적잖은 영향을 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까지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출범이후 반년 동안 이렇다 할 중대 의사결정을 내린 바가 없다.
SK그룹 관계자는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역할은 잘 수행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글로벌 경기가 저성장에 접어든 국면에서 고급 인적 네트웍크를 보유하고 큰 그림을 그려오던 오너의 빈자리는 공백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