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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으로 여는 세상]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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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일기장(박일호 일기, 박재동 엮음, 돌베개 펴냄, 352페이지, 1만 5천원)

 

대부분의 사오십 대 가장은 ‘을이거나 노예’의 삶을 산다. 자식들 때문이다. 한 낮의 열기가 남아 후끈한 신도시의 아스팔트 밤 9시, 퇴근길 버스에서 내려 큰길 가 횡단보도를 건너자니 남루한 아저씨 둘이서 보도블록 바닥에 그릇을 놓은 채 엉거주춤 앉아서 자장면을 먹는 중이다. 대단하지도 많지도 않은 옷을 옷걸이에 걸어놓았다. ‘3천원, 5천원’이라 비뚤배뚤 매직으로 쓴 골판지 쪼가리가 옷걸이에 붙어있다.

두 개의 자장면 그릇 사이에 놓인 후줄근한 단무지 한 접시, 밥상도 없이 길바닥에서 자장면이다. 아버지가 뭐길래, 가장이 뭐길래… … 무거운 마음으로 걷다가 뒤돌아 서서 그분들에게 마음으로부터의 경의를 담아 아주 잠깐 목례를 보냈다. ‘아버지’라는 단어 결단코 ‘어머니’보다 가벼울 리 없다. 바라건대 혼신의 힘을 다해 당신들이 지키려는 당신들의 가정이 비둘기처럼 다정하기를! 장미꽃 넝쿨이 우거지기를!

필자는 박재동 화백을 1980년대 후반에 신문을 통해 알았다. 날마다 그의 한 컷 시사만화-영어로는 커툰-를 보면서 ‘만화도 이렇게 천재적으로 그릴 수 있구나’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래서 서평 쓸 때 ‘개인적으로 한국의 시사만화는 박재동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 

박재동 이전의 시사만화가 중에 이 평이 섭섭하다 해도 그 이전에는 신문을 제대로 보지 못해 시사만화의 존재를 몰랐으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라’고 쓰기로 미리 마음 먹었다. 그런데 책 머리 저자 소개에 이미 그런 평가가 ‘세간의 평’을 빗대 인쇄돼 있었다. 세간의 평과 필자의 평이 같았음을 밝히기 위해 굳이 이렇게 써 놓는다.

<아버지의 일기장>은 부산의 변두리에서 만화방과 문구점, 김밥, 오뎅 장사로 세파를 견뎌 낸 ‘박일호, 신봉선 부부’의 20년 기록이다. 박재동 화백의 아버지(이하 아버지)는 원래는 중학교를 졸업한 중학교 선생님이었다. 그때는 선생님 자원이 딸려서 그게 가능했다. 아버지는 학도병과 카투사로 군대를 두 번이나 갔다. 그리고 선생님으로 일하다 폐병에 걸려 학교에서 쫓겨난다.

‘근엄하신 선생님에서 환자와 백수’로 전락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2남 1녀의 자식들 양육을 위해 밑바닥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선생님이었던 울산에서는 차마 그럴 수가 없어서 단칸 셋방을 얻어 부산으로 이사하면서다. 그로부터 전쟁처럼 벌어지는 ‘생활전투, 변화하는 세상의 기록’을 아버지는 이어나갔다.

50대 남자인 필자, 눈물이 자주 앞을 가려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일기가 그저 눈물샘이나 자극하는 신파조라서가 아니라 화백의 아버지에 필자의 아버지가 페이지 페이지 겹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일기장>을 가난한 만화방 아저씨의 성공 스토리로 읽으면 하수, 시대불문 변하지 않는 부모의 마음으로 읽으면 중수, 지금 내가 가장으로서 아내와 자식들에게 가장의 책임과 사명을 다하고 있는지 자문하고 반성하면 상수, 가족을 위해 뭐 한가지라도 고치려 마음 먹으면 고수다.

<1971.4.7 수. 맑음> 처음 부산에 와서 아무 장사든 무턱대고 했다. 선생님, 부르는 소리가 귓전에 쟁쟁하건만 이 몸은 아이스케키 통을 둘러메고 골목길을 걸었다. 우리 생활과 내 약값을 위해 과거는 잊으려 했고, 현실에만 급급했다.
<1972.2.4 금. 흐림> 아내는 불량만화 단속에 걸려 파출서에서 밤을 지새운다. 가장인 내가 의당 가야 하는데 환자의 몸이라 아내가 서슴지 않고 나섰다. 아내를 파출소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발걸음이란 정말 허전하다. 아내는 파출소 나무 의자에서 밤을 지새고, 세끼를 굶고, 차멀미까지 시달려 까맣게 되어 돌아왔다. 재동이가 서울대에 합격했다. (어머니) 그때 나는 크게 소리 지르고 싶었다. 만화방 아이도 서울대학 붙었다고.
<1976.6.24 목. 갬> 오늘 밤도 아내는 마지막 청소를 하다가 심한 두통(수면 부족)으로 쓰러졌다. 아내는 1인 3역을 하느라 아직도 짐이 무겁다. 우리의 고된 생활이 보람으로 맺어질 그날까지 이를 악물고 살아가야지.
<1981.2.20 금. 흐림> 재동이한테서 편지가 왔다. 10만원 정도 송금해 달라고 한다. 현재 통장에 돈이 없으니 걱정이다. 어떻게든 구할 길이 있겠지.
<1983.2.6 일. 맑음> 막내 딸이 병원으로 면회를 왔다. 병환 중에 자식들의 건강을 기원해 보지만, 바라는 정도로 건강한 몸들이 아니라 걱정이다.

우리나라에 올림픽 금메달을 처음 안겨 주었던 양정모 레슬링 선수를 환영하는 부산의 범 시민 대회는 1976년 8월 6일 비 오는 금요일에 열렸었다. 부산에 분뇨처리장에 문제가 생겨 분뇨수거차가 오지 않은 바람에 생긴 ‘부산 분뇨대란’은 1979년 1월 26일, 흐린 날의 일이었다. 골목에서 만화방, 문구점, 오뎅, 김밥을 팔면서 숱한 경쟁자들을 헤쳐 나가는 ‘현장의 생생한 마케팅 기법’은 덤이다.

(화백의 아버지, 저자 고(故) 박일호 선생님께서는 1989년 61세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다. 필자의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신 때도 그 정도 나이의 그 즈음이다.)

최보기 북컬럼니스트(thebex@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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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F-21, 내년 3월 양산 1호기 출고식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한국형 전투기(KF-21) 양산 1호기 출고 행사가 내년 3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리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뉴스핌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초 2026년 연말로 잡혔던 일정이 약 10개월 앞당겨지는 '조기 실전배치 시나리오'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KF-21(당시 KF-X) 사업은 2015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약 8조원(70억~80억달러 수준) 규모의 체계개발을 승인하면서 본궤도에 올랐고, 인도네시아가 개발비 20% 분담을 약속하며 공동개발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후 설계안 확정(2019년)과 2020년 9월 최종조립 착수 과정을 거쳐 2021년 4월 시제 1호기(001번기) 출고 및 명명식에서 공식 제식명 'KF-21 보라매'가 부여됐다.​​ 지난해 11월 29일 1000소티 비행을 달성한 한국형 전투기 KF-21. 이로써 전체 약 2000소티 중 절반을 완료하며 반환점을 돌았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2025.12.09 gomsi@newspim.com 시제기는 단좌 4대·복좌 2대를 포함해 총 6대가 제작됐고, 2022년 7월 첫 비행에 성공한 뒤 2023년 초음속 돌파, 야간·무장분리 시험을 포함해 2024~2025년까지 누적 2000회 수준의 시험비행을 소화하면서 블록Ⅰ(공대공 중심) 체계개발 막바지 단계에 올라와 있다. 방위사업청과 공군은 이 시험 데이터를 토대로 2026년까지 '초도양산+작전운용시험·평가'를 동시에 진행해 공군 F-4E, F-5 등 노후 3세대 전투기를 순차적으로 대체한다는 이정표를 세워왔다.​ 당초 KF-21 양산기 전력화 로드맵은 2024년 양산계약, 2025년 최종조립, 2026년 하반기 대량 양산 출고 및 전투적합 판정, 2026~2028년 초도 대대급 배치 순으로 짜여 있었다. 실제로 방추위는 2025년 3월께 '올해 20대·내년 20대' 방식의 1·2차 양산계약(20+20대)을 의결했고, 1조9000억원 안팎(1차 20대 기준 약 1조9000억원)의 초도 물량 계약이 체결되면서 사천 KAI 공장은 2025년 5월부터 양산 1호기 최종조립에 들어간 상태다.​ 이 기본 시나리오에서 2026년 연말로 잡혀 있던 '양산 출고식'을 10개월가량 당겨 2026년 3월 사천에서 여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업계에선 "양산 1호기·2호기를 포함한 초기 물량의 기체·엔진·전장 계통 신뢰성 검증이 예상보다 순조롭고, 공군의 F-4E 조기 퇴역·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전력 공백 우려가 일정 단축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만 10년 만에 양산형을 내놓는 만큼, 대통령 참석을 전제로 한 '국가급 이벤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KF-21 시제 1호기 출고식은 2021년 4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그 자리에서 "2032년까지 120대 실전배치" 목표가 공개되면서 한국의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도약을 대내외에 과시한 바 있다. [사천=뉴스핌]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사천시 고정익동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 출고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4.09 photo@newspim.com 내년 3월로 예고되는 이번 출고행사는 시제기가 아닌 '양산형 1호기'가 주인공인 만큼, 시제기 롤아웃 이후 약 4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다시 사천을 찾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 순방 과정에서 KF-21을 한국 방산 수출 패키지의 핵심 품목으로 전면에 내세우며, 향후 수출형 블록Ⅱ·블록Ⅲ 개발과 현지 공동생산·부품 협력 구상을 함께 홍보해 왔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산업부 안팎에선 "양산형 출고식이 사실상 '수출형 보라매'의 첫 공개 무대가 될 수 있는 만큼, 대통령 주관 행사로 격상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현 시점에서 군·방산업계가 그리는 '3·6·9 시나리오'의 뼈대는 비교적 선명하다. 내년 3월 사천 출고식을 통해 양산 1호기를 공개하고, 6월까지 공군·방사청 공동의 전투적합 판정(전투운용능력 평가)을 마친 뒤, 9월 전후로 공군 작전부대에 초도 인도를 시작한다는 시간표다.​ KF-21 블록Ⅰ양산기는 2026년 상반기 대량 출고 이후 강릉 제18전투비행단과 예천 제16전투비행단에 각각 1개 전투비행대대(20대 안팎) 규모로 나뉘어 초도 배치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어 2028년 이후 공대지·다목적 능력을 강화한 블록Ⅱ 80대는 횡성 제8전투비행단, 충북 지역 제19전투비행단 등으로 확산 배치돼 공군의 F-5, 구형 F-16 전력을 단계적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계획이다. 지난 11월 5일 국산항공기 FA-50와 함께 비행하는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의 KF-21. [사진=공군 제공] 2025.12.09 gomsi@newspim.com KF-21 사업은 개념연구 착수(2000년대 초) 이후 예산·기술 이전 문제로 수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지만,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10년 만에 양산형 출고 단계에 진입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전투기 체계개발-양산-수출까지 독자 사이클을 돌리는 소수 국가 반열에 올랐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KF-21 양산형 출고는 단순히 새 전투기를 들여놓는 차원을 넘어, 한국이 10년 주기의 전투기 개발·개량 사이클을 스스로 설계해 가는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며 "2015년 개발 승인에서 2025년 양산 1호기, 2032년 120대 전력화로 이어지는 연표는 한국이 명실상부 '전투기 개발·수출국'으로 올라섰다는 증표"라고 했다. gomsi@newspim.com 2025-12-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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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조희대 대법원장 입건 후 사건 검토 [과천=뉴스핌] 김현구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입건하고 본격적인 사건 검토에 들어갔다. 공수처 관계자는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조 대법원장) 고발건은 한 두건이 아니다. 어떤 건은 수사 4부, 어떤 건은 1·3부 등에 있다"고 밝혔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진=뉴스핌DB] 공수처는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선별해 사건화하는 것이 아닌 '자동입건'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수의 고소·고발이 접수된 조 대법원장은 피의자 신분이 유력하다. 조 대법원장은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을 지정 배당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아울러 공수처는 최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사건은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위원) 등이 2022년 전 전 위원장을 사직시키기 위해 특별 감사를 진행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수사1부(나창수 부장검사)는 지난 4일 감사원 운영쇄신태스크포스(TF)와 심의지원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공수처는 사건의 처분 시기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공수처 관계자는 "(처분 시기는) 수사팀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언제 (처분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술자리 접대 의혹'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지 부장판사가 1인당 100만~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오는 고급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돈을 낸 적 없다는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대법원 법원감사위원회는 해당 의혹을 심의한 후 "현재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지 부장판사에게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향후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비위행위에 해당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사건을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했고, 수사팀은 최근 그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택시 앱 사용 기록 등과 달리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hyun9@newspim.com 2025-12-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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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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