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 본부장은 요즘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 함께 증권업계에서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힌다.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는 올해 하반기 코스피 지수 밴드를 1740에서 2050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저점인 1740포인트는 증권사들의 예상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가 지난 6월 1770을 저점으로 반등, 최근 1930선까지 올랐다. 윤 본부장은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조심해서 장세를 살피지 않으면 안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가장 좋은 주식도 제대로 못올라가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나빠질 수는 없다는 것이 곧 주가가 오른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 최근 주식시장 장세흐름을 어떻게 보나. 바닥권에서 반등이 꽤 나오고 있는데.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장세는 과거 1990년대 중반과 유사한 모습이다. 절대 2000년대 초처럼 한국시장이 미국보다도 세고 중국보다 좋아지는 강세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때는 중국의 급성장이라는 엔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중국의 경기는 연착륙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 그렇다면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는 무엇인가.
▲지금은 달러강세라는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달러강세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달러가 강해져야 상품가격이 오르지 않는다. 또 상품가격이 오르지 않아야 미국은 경제회복과 성장을 할 수 있고 제조업을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달러가 자국경제로 많이 흘러들어오도록 해서 미국채를 많이 사도록 하는 것이다. 이같은 그림이 상당히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 중국 경제 상황은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의 금융부문 구조조정이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금융이 실물을 지배하는 양상이다. 현재 각국은 금융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국 경제를 성장시키고 경기를 활성화하고 있다. 미국은 큰 폭의 부실자산 처리를 거쳤으나 중국은 그동안 부실처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 큰 차이다다. 따라서 중국이 더 성장하려면 이같은 부실처리 계획에 대해 어떻게든 시장에 확신을 보여줘야 한다.
- 미국 민주당 정부는 지금도 보호무역주의나 자국중심주의 쪽에 가까운 것 같다.
▲맞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달러 강세로 갈 때 이머징 국가들이 좋았던 적이 없다. 공교롭게도 이는 미국 민주당 정권과 맞물린다. 지난 1990년대 중반 미국 민주당 클린턴 대통령 시대 워싱턴 컨센서스를 통해서 자본시장 개방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 주요국들이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규제를 완화했다. 미국은 먹을 것이 많았다. 하지만 아시아 각국은 어떻게 됐나.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 등은 모두 IMF 구조조정으로 갔다. 결국 이머징 시장의 희생을 통해 미국경제가 좋아지는 형태였다.
- 그렇다면 달러 강세가 우리 기업들에게는 어떤 파급이 있나.
▲반드시 우호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달러가 강해지면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의 실적에는 좋은 영향은 아닐 것이다. 실적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경상수지도 나쁘지 않다지만 IT 업계의 삼성전자를 빼고 나면 실속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도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순익증가율은 이미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 최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포지션은 어떤 것이라고 보는가.
▲버냉키 의장의 말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버냉키 의장의 진의는 "양적완화(QE) 축소가 절대 긴축이 아니라는 것"만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미국의 의회예산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015년에 금리인상을 가서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때까지 미국 정부는 경제를 안정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버냉키 의장은 내년 1월 물러나게 돼 있는데 후임자가 오기 4개월 전까지는 시장에 자신이 펼쳐놓은 정책에 대해 마무리를 해야 한다. 그때가 9월 FOMC다. 따라서 이 시점에 QE 축소에 대한 로드맵이 어떤 형태로든 부각될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후임자에게 이른바 '더티잡(dirty job·골칫거리)'을 물려주지 않도록 확실한 시그널을 내야할 것으로 본다.
- 그러고 보면 9월과 10월에 중요한 글로벌 이벤트들이 많이 몰려 있는데.
▲ 9월까지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9월에는 버냉키 의장이 레임덕 이전 마지막 의미를 갖는 FOMC가 있다. 여기서 향후 QE에 대한 처리 방안을 언급할 것으로 본다. 또한 9월에는 독일 선거가 있는데 이 결과에 따라 유로존 경제의 방향성이 좌우될 수 있다. 10월 초에는 중국공산당대표자회의 등 거대한 정치 이벤트도 예정돼 있다. 따라서 이 때까지는, 즉 8월이나 9월 증시는 증시가 방향성을 탐색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즉 그때까지 한국 증시는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는 '범피로드(bumpy road)' 구간이 될 것이다. 9월까지는 조심을 기울이고 이후 변화를 다시 짚어봐야 한다. 9월 내로 버냉키의 QE 관련 로드맵이 나와줄 것으로 보고 또 그래야만 된다.
- 그렇다면 3분기 말 이전에 주가 바닥을 찍을 수도 있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코스피 1800 선이 깨진다면 일단 매력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최근 외국인들이 매수하면서 증시가 반등이 나왔는데 그동안 그릇이 비워진 상태에 대한 역작용으로 일부 채워진 것이라고 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율이 우호적이지 않으면 쉽게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원화 환율이 뚜렷한 방향을 못갖는 상황에서 추세적으로 들어올 거라고 보기 어렵다.
- 투자자들이 어떻게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좋은가.
▲장기적으로는 글로벌하게 시각을 바꿔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즉 2010년대는 미국, 다시말해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미국 주식 종목이나 지수 ETF에 관심을 가져라. 달러화 자산이 부각되고 미국 위주의 흐름으로 갈 것이다. 미국이 선발주자이고 중국이나 한국은 후발주자가 되는 형국이다. 또한 주가가 갑작스런 급락, 딥(dip)이 나왔을 때 주식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해 초 원달러 환율이 1162원 수준이 코스피 주가는 바닥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부근이라면 한국 주식도 살 만하지 않을까 한다.
▲윤지호 상무 프로필
2012~현재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장
2004~2012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
2003~2004 대우증권 리테일본부
1994~2003 한화증권
1967년 서울생
숭실고등학교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2005~2011년 주요경제지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
저서 - 머니게임의 영웅/ 실전에서 통하는 최신 기술적 분석
역서 - 트레이딩의 완성/ 위대한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